`모세의 기적’ 훈련
  • 김용언
`모세의 기적’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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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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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짧은 기간 미국맛을 본 K씨는 아직도 잊지 못하는 거리의 모습이 있다. 스쿨버스와 소방자동차의 위세다. 벌써20여년전의 일이건만 현장감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스쿨버스가 `정지신호판’을 내걸면 감히 앞지르려는 자동차는 없다. 소방차 사이렌소리가 들리면 자동차들이 길을 비켜주는 광경 또한 마찬가지다. 두 자동차의 권위에 맞서려는 운전자야말로 간이 배밖으로 나온 게 틀림없는 사람이다.
 두려움이 없는 사람은 눈이 작다고 한다. 무슨 근거가 있는 소리인지는 알 수 없다. 두 눈이 위로 쫙 찢어진 본인들 또한 그렇게 믿고 있으니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런가 하면 `간이 콩알만하다’는 표현도 있다. 채만식의 `탁류’에서 그 용례를 찾을 수 있다. “  그는 혹시 누구한테 띄울까하여 큰집으로 내려와서 …중략… 고리를 벗겨둔 빈지문을 살그머니 열고 들어섰다. 어둠 속에서 방금 무엇이 튀어 나오는 것 같아 간이 콩알만 했다.”

 지난 22일 포항북부소방서가 `골든타임’확보를 위한 소방차 길터주기 훈련을 실시했다. 구급차와 소방차 4대가 동원돼 사이렌을 울리며 포항시내 육거리, 오거리, 필로스호텔,포항역을 거쳐 소방서로 돌아오는 코스를 달리며 시민들의 협조도를 점검했다. 결과는 참담했다고 한다. “구조차량이니 비켜달라”는 방송에도 앞을 막은 차량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 보도됐다. K씨가 이 광경을 봤더라면 당장 무슨 사단이 벌어질 것같은 두려움에 휩싸여 간이 콩알만 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모세는 종살이하던 이스라엘민족을 이끌고 이집트를 벗어난다. 가로막은 홍해에 이르자 지팡이를 들어 앞을 가리키자 홍해의 바닷물이 밀리며 길이 터졌다. 이른바 `모세의 기적’이다. 포항북부소방서가 이 같은 기적을 기대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포항시민들에게는 모세의 기적쯤 아랑곳없었다는 사실의 확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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