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비바람의 시련을 이겨내고 마침내 형형색색의 옷을 입었다. 시린 겨울에 웅크렸다. 봄에도 몸을 떨었다. … 줄임 … 부끄럼을 많이 타는 새빨간 단풍, 세월의 무상함을 자랑하는 노란 은행, 희귀식물인 망개나무까지.” 경북도민일보의 지난 주말 기획시리즈 ‘경북수목원을 걸어보자’의 서두는 이렇게 시작된다.
수목원의 단풍이야 이렇듯 찬탄의 대상이었다가 잎이 져 쌓여도 볼거리가 될 터이니 쓸모가 많다. 같은 낙엽인데도 도심의 길거리 낙엽은 신세가 다르다. 어딜 가나 지청구꺼리다. 어디에 떨어지느냐에 따라 귀천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신세다. 이를 테면 주택가 낙엽은 찬바람이 휘몰아치면 이리저리 휩쓸려다닌다. 그 광경만이라도 영화의 한 장면같아서 가던 길을 잠시나마 멈추게 한다. 길거리 낙엽의 신세는 생판 다르다. 포항만 하더라도 오거리, 육거리처럼 사람과 차량의 통행이 많은 거리에선 천덕꾸러기 신세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지닌 모든 것을 사람에게 내준다. 마지막 남은 그루터기까지 앉아서 쉴 자리로 내준다. 낙엽 또한 나무의 소산이다. 마치 눈송이 떨어지듯해 가을의 정취를 맛보게 해주기도 하고, 운수불길하게 길거리에 떨어져도 마지막 가는 길이 쓸모 많으니 서러울 것도 없겠다. 사람은 ‘가랑잎이 솔잎더러 바스락거린다고 한다’고 말한다. 갈잎은 허물많은 사람에게 교훈을 주는 스승노릇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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