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노부부의 때묻지 않은 사랑
  • 이부용기자
순수한 노부부의 때묻지 않은 사랑
  • 이부용기자
  • 승인 201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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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경북도민일보 = 이부용기자]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임은 결국 물을 건너시네. 물에 빠져 죽었으니, 가신 임을 어이할꼬.”
 이름 모를 백수광부(白首狂夫)의 아내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악곡(樂曲)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한 노부부의 끝없는 사랑과 이별의 과정을 그렸다. 76년간 해로했던 노부부의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강원도 횡성의 한 마을. 98세 로맨티스트 조병만 할아버지와 그의 부인 89세 소녀감성 강계열 할머니.
 이들은 어딜 가든 곱디 고운 빛깔의 커플 한복을 입고 두 손을 꼭 잡고 걷는 노부부이다.
 장난끼 많은 할아버지 덕분에 할머니는 하루하루가 즐겁다. 봄에는 꽃을 꺾어 서로의 머리에 꽂아준다. “나 이쁘오?”하면서, 여름엔 물장난을 친다. 개울가에 앉아있는 할머니 곁에 돌멩이를 던진다. 물이 튀니 할머니도 물을 뿌린다. 가을엔 낙엽을 쓸다말고 서로에게 던진다. 겨울에는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도 만든다. 할머니 손이 시렵다니 할아버니가 ‘호~호~’하고 입김을 불어준다.
 장성한 자녀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고 노년을 유유자적하게 보낸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귀여워하던 강아지 ‘꼬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꼬마를 땅에 묻고 돌아온 후부터 할아버지의 기력은 점점 쇠약해 진다.
 비가 내리는 마당, 점점 더 잦아지는 할아버지의 기침소리를 듣던 할머니는 친구를 잃고 홀로 남은 강아지를 바라보며 머지 않아 다가올 또 다른 이별을 준비한다. 할아버지의 평상복을 태우면서, 가슴 속에 언제나 살아있는 아이들을 위한 내복을 사면서…
 현대는 산업화로 인해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인스턴트식 사랑도 난무하고 있다. 하루만에 끝나는 사랑도 있고 이혼하는 부부들도 늘어나고 있다. 황혼이혼은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다큐멘터리 속 노부부는 이런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사랑으로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 디지털식 사랑이 아닌, 아날로그 감성으로 따뜻하게 서로를 품는다.
 이 영화를 보러갈 때는 꼭 손수건을 준비해 가길 권유한다. 때묻지 않은 순수한 노부부의 사랑은 시공간을 초월한다. 이별 그 이후에도 만날 것을 약속하는 서로에 대한 강한 믿음이 추운 겨울 꽁꽁 얼었던 관객들의 가슴을 사르륵 녹인다.
 상영중. 전체관람가. 상영시간 86분.
 /이부용기자. queen1231@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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