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꿩(구워) 먹은 자리 또는 소식이라고 한다. 무슨 일을 감쪽같이 처리하여 흔적이 남지 않음을 일컫는 말이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 이 말이 나온다. “다음 장도막에는 벌써 온집안이 사라진 뒤였네. 장판은 소문에 발끈 뒤집혀 고작해야 술집에 팔려가기가 상수라고 처녀의 뒷공론이 자자하단 말이야. 제천 장판을 몇 번이나 뒤졌겠나. 허나 처녀의 꼴은 꿩 먹은 자리야. 첫날밤이 마지막 밤이었지.”
문경시 호계~불정을 잇는 국도 34호선 공사현장에서 해괴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발파 공사로 생긴 토석이 외부로 흘러나가고 있지 않으냐는 의혹이다. 이 토석은 문경시내 한 공터에 15톤차량 10대 분량이 쌓여 있다고 보도됐다. 차량 1대 물량이 30만원씩이라니 300만원 어치가 빼돌려진 증거물인 셈이다. 막상 공사현장에서는 성토용 흙이 모자라 예산을 들여 사들여오는 형편이란다. 시쳇말로 ‘웃기는 짜장면’이다. 이 같은 사태에 대해 한신공영 관계자는 “있을 수 없는 일” “확인하겠다”고 했단다. 알기는 제대로 알고 있는 것 같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흙떼기’가 소리 소문 없이 잘 마무리 됐더라면 흙 값은 적당히 분배되었거나 특정인의 주머니 속으로 직행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감쪽같이 일을 처리했더라면 ‘꿩 먹고 알 먹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는 소리다. 그러나 증거가 남아있으니 ‘꿩 구워 먹은 자리’가 되지는 못한 모양이다. 현장 책임자가 확인하겠다고 했다니 무엇을 알아내도 알아낼 것으로 믿는다. 그 다음 조치는 무엇이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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