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선, 오만과 편견서 30년 베테랑 검찰 수사관 맡아 등장만으로 시선 강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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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항선, 오만과 편견서 30년 베테랑 검찰 수사관 맡아 등장만으로 시선 강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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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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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중 적어도 70 다 된 나이 이렇게 좋은 작품 만나 기뻐”

 한 장면을 나와도 허투루 흘러가는 시간이 없다.
 대사도 필요없다. 인생이, 관록이 묻은 표정 하나, 몸짓 하나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허허 웃는 것 같지만 앉아서 천리를 내다보고, 능구렁이 아홉마리가 웅크리고 있는 문희만(최민수 분) 부장검사의 수도 읽어낸다. 불같은 문부장을 살살 달랠 줄 아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30년 경력 베테랑 검찰 수사관으로 이제 정년이 코앞인 유대기 계장은 배우 장항선(67·사진)을 만나 그렇게 입체감을 얻는다.
 매회 허를 찌르는 반전, 촘촘히 짜인 스토리구조로 월화극 1위를 놓치지 않고 달리고 있는 MBC TV ‘오만과 편견’으로 2년여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장항선을 최근 인터뷰했다.
 잘되는 드라마는 하나부터 열까지 앙상블이 기가 막히기 마련이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물건 하나 나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오만과 편견’은 주인공부터 단역까지 캐스팅에서도 멋진 하모니를 낸다.
 그 중 유계장 역의 장항선도 빼놓을 수 없다.
 “존재감이 없어서…”라는 말을 연신 내뱉으며 인터뷰를 사양했지만 장항선은 ‘1만 시간의 법칙’이 아니라 ‘10만 시간의 법칙’을 따른 듯한 베테랑 수사관의 모습을 강한 존재감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산전수전, 공중전을 치러온 유능한 수사관에게는 경천동지할 일도, 불가능한 일도 없을 것 같은데 유계장이 바로 그렇다. 혈기와 패기는 넘치지만 경험치는 턱없이 부족해 좌충우돌하고, 당황하는 젊은 검사들에게 유계장은 든든한 버팀목이고 앞이 막막할 때면 의지할 한 줄기 빛이다.
 “솔직히 기대한 것보다는 비중이 작아서 좀 아쉬워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이야기의 방향상 그럴 수밖에 없죠. 그래도 대본이 너무 좋고, 연출을 하는 김진민 PD가 정말 좋아서 촬영을 아주 즐겁게 하고 있어요. 쪽대본에, 대기 시간이 턱없이 길어도 즐겁고 기쁘게 촬영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는 이 드라마를 안하려고 했다. 드라마 제목에도 있는 ‘편견’ 때문이었다.
 “우리 아들 혁(배우 김혁)이가 김 PD랑 ‘무신’을 같이 했는데, 아 글쎄 촬영장에서 연기자들에게 직설적으로 팍팍 내지른다는 거예요. 저는 남이 나한테 그러면 나도 같이 ‘빵빵’ 대는 스타일이라 김 PD랑은 인연이 없겠다 싶었죠. 근데 어느날 만나달라는 연락이 온거예요. 그래서 얼굴이나 보자싶어 나갔는데 웬걸, 사람이 부리부리하고 너무 괜찮은거라. 팍팍대는 것도 보니까 사랑과 관심의 표현이더라고요.(웃음) 촬영장에서 보면 모든 배우를 세심하게 배려하고 연기 지도를 해요. 제가 돌아가신 김종학 PD님을 존경하는데, 김진민 PD도 젊은 친구지만 존경하는 마음이 생길 정도가 됐어요.”
 때마침 김종학 PD 얘기가 나왔다. 장항선은 1995년 김 PD 연출의 ‘모래시계’에서도 검찰 수사관을 연기했다. 강우석(박상원) 검사를 모시는 행동파 수사관이었다.
 그랬던 장 수사관이 세월의 흐름과 함께 ‘오만과 편견’에서는 정년을 앞둔 유 계장이 된 것이다.
 “김진민 PD도 ‘모래시계’의 장 수사관을 떠올리며 나를 캐스팅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그 수사관이 지금쯤이면 퇴직을 앞둔 베테랑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했대요.”
 사실 ‘모래시계’ 때도 별로 역할이 크진 않았아요. 맨날 강우석 검사 졸졸 쫓아다녔지.(웃음) 그런데 그때 내가 땅콩을 까먹던 모습이 인상적이긴 했나 봐요. 그 모습을 지금도 기억하는 분들이 많아요. 땅콩을 책상에 뿌려놓고 손바닥으로 껍질을 비비며 후후 불어 맛나게 씹어먹고는 했거든요. 재미있는 게 장윤현 감독도 바로 그 모습이 좋았다며 그 후에 나를 영화 ‘텔미썸딩’의 오형사로 캐스팅했어요.”
 장항선뿐만 아니라 ‘오만과 편견’에는 ‘모래시계’의 최민수, 맹상훈, 정성모도 출연하고 있어 ‘모래시계’의 흔적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장항선은 “얘기가 나왔으니 최민수 얘기를 좀 하겠다”고 말했다.
 “내가 최민수랑은 1993년 ‘걸어서 하늘까지’ 때 처음 만나서 ‘모래시계’랑 ‘태왕사신기’를 같이 했어요. 그때는 최민수가 하늘에 있고 난 땅에 있어서 같은 작품을 해도 별반 어울리지 못했어요.(웃음) 그런데 이번에 최민수를 다시 봤어요. ‘오만과 편견’에 젊은 배우들이 많이 출연하는데, 젊은 친구들이 원래 좀 산만하고 방자한 습성이 있잖아요? 그런데 최민수가 그들과 장난도 치고 윽박도 지르면서 너무 잘 어울리는 거라. 애들이 다 따라요. 또 연기 지도도 많이 해주고 있는데 그 지적이 다 옳아요. 최민수가 아주 훌륭한 배우라는 것을 알게됐고, 다시 봤어요.”
 그런저런 ‘인간 발견의 재미’ 덕에 장항선은 집인 천안에서 서울을 오가는 촬영, 쪽대본에 기약없이 기다리는 날들의 연속 속에서도 “불평 한마디 없이 재미있게 촬영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는 또 “대본이 재미있다. 젊은 여성 작가인데 참 잘 쓰더라”며 “대사 하나, 장면 하나에 많은 의미가 있고 반전의 연속이라 시청자로서도 흥미롭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왕년에 18 대 1로 싸웠다”는 무공을 자랑하는 유계장은 지금은 사람을 정확히 꿰뚫어보는 맑고 밝은 눈의 수사관으로 드라마 마디마디 젊은 검사들에게 등대 역할을 해주고 있다.
 “70이 다 된 나이에 이렇게 좋은 작품을 하고 있으니 비중은 적어도 기쁘네요. 드라마가 잘 마무리되길 바랍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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