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겨운 이별’대신‘함께 웃는 가족’그리다
  • 연합뉴스
‘눈물 겨운 이별’대신‘함께 웃는 가족’그리다
  • 연합뉴스
  • 승인 2015.0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 영화‘이별까지 7일’… 죽음 앞둔 엄마와의 함께 할 시간 고작 일주일

 가장 아끼는 ‘그라프토베리아 팡파레’라는 다소긴 선인장 이름이 가물가물할 때도, 큰아들 내외가 아이를 가졌다는 전화 통화 내용을 순간 까먹을 때도, 그냥 엄마의 건망증이 너무 심해진 줄 알았다.
 철없는 대학생 아들도 “그냥 나이 탓이지 건망증을 자각할 정도면 치매는 아니”라고 엄마의 걱정을 아무렇지 않게 넘겼다.
 그랬던 엄마가 뇌종양이란다. 머릿속에 탁구공 크기만한 종양이 기억 신경을 압박하고 있단다. 엄마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일주일 정도.
 일본 영화 ‘이별까지 7일’(원제 ぼくたちの家族·‘우리 가족’이라는 뜻)은 뇌종양으로 7일이라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엄마와 남은 가족의 얘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엄마와의 이별을 준비하다 끝내 엄마를 떠나보내며 관객의 눈물샘을 터트리는 뻔한 신파로 흐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 하나씩 추억을 쌓아가며 억지로 밝게 남은 시간을 보내지도 않는다.
 영화는 그저 ‘우리 가족’의 얘기를 담담히 풀어놓으며 묵직하게 다가온다.
 큰아들 ‘고스케’(쓰마부키 사토시 분)에게 “당신, 누구세요?”라고 묻는 엄마(하라다 미에코)는 순간순간 정신이 오락가락하며 그동안 속에만 꽁꽁 감춰뒀던 얘기를 하나 둘 끄집어낸다.
 ‘은둔형 외톨이’였던 큰아들을 위해 일을 그만두며 생활이 궁핍해졌고, “가장으로서 자각이 없고 말 뿐이어서 의지할 수 없었던” 남편(나카츠카 교조)이지만 그래도 사랑해서 헤어질 수 없었다는 얘기들….
 마냥 철없는 줄 알았던 둘째 아들 ‘슈운페이’(이케마츠 소스케)는 그런 엄마를 두고 “때묻지 않고 해맑은 아이” 같다면서 “엄마가 정상이고 우리가 이상한 것 아니야”라고 엄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나약한 아버지는 엄마에게 담배를 피우게 해줘도 되는지, 아침 출근 전에 병원에 들렀다 갈 수 있는지를 수차례 고스케에게 전화해 물을 정도로 안절부절못한다.
 설상가상으로 엄마의 서랍에서는 11곳에서 받은 300만엔의 사금융 대출건이 나오고, 아버지는 회사 빚을 포함해 6500만엔의 빚이 있다고 털어놓는다. 고스케를 보증인으로 내세우고 대출을 받아 섣불리 파산 선고도 못 하는 상황. 엄마 치료비 등이 나올만한 구석은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고스케 뿐이지만 임신 3개월인 고스케의 아내는 아이를 위해 모은 돈이라며 치료비를 보태는데 대놓고 싫은 내색을 한다.
 카메라는 이런 총체적인 난국에서 “이럴 때는 웃자”는 엄마의 말을 떠올리며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꾸역꾸역 눌러 담는 고스케의 떨리는 어깨를 뒤에서 말없이 지켜본다. 혼자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삶의 무게가 가슴으로 다가오는 장면이다.
 가족 중 누군가 아프고, 오랜 세월 함께 해 온 누군가를 멀리 떠나보내야 하는 일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고 고통스럽다. 거기에 거액의 빚이라는 현실적인 고통까지 더해진 남은 가족은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건 싫다”던 엄마의 외침대로 점차 하나로 뭉치며 엄마를 살리려고 고군분투한다.
 누구든 살면서 한 번쯤 경험할 수 있는 ‘우리 가족’의 얘기이다 보니 영화를 보는 내내 느껴지는 먹먹함의 여운이 오래간다. 선인장 밑에 “자식들에게 폐를 끼치지마라”고 남편에게 편지를 써둔 엄마의 마음에서 새삼 엄마라는 존재의 위대함을 느껴진다.
 젊은 감독 이시이 유야가 메가폰을 잡았다. 연합
 2015년 1월 1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17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