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검은손’… 올해 첫 국내 호러물 포문
그의 연인인 유경(한고은)은 정우에게 집착하는 아내(신정선)가 불륜 사실을 알고 있다는 불안감과 사고로 눈이 먼 동생 유미(배그린)의 짜증 때문에 힘들어한다.
어느 날 유경은 발신인이 정우로 표시된 물건을 받는다.
눈짓 하나로 관객을 지배할 수 있는 스크린의 ‘여주(여자 주인공)를 꿈꾸는 여배우들이 처음 밟는 코스는 대개 공포영화다.
영문 모를 공포의 대상으로부터 공격당하는 희생자로서 청순한 미모를 뽐낼 수 있고 심리 스릴러와 결합한 공포물이라면 고운 얼굴로 섬뜩한 짓을 하는 이중인격 연기로 ‘반전 매력’을 드러낼 수도 있다.
그런 기회를 활용해 ‘호러퀸’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스크린에 성공적으로 주연으로 데뷔한 여배우도 그간 꽤 많았다.
여름이 되기도 전에 찾아온 올해 첫 공포영화 ‘검은손’(감독 박재식)은 그동안 TV드라마를 통해 주로 얼굴을 알렸던 배우 한고은에게 첫 영화 주연을 맡김으로써 ‘호러퀸 효과’를 노리는 듯하다.
영화의 초점이 남자 주인공에 맞춰져야 할 이야기로 보이는데도 여주인공에게 상당한 무게가 실려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큰 줄기는 아내의 배경을 발판으로 성공한 의사이면서도 연인을 향한 사랑을 버리지 못하고 비밀스러운 연구의 성공에 집착하며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정우의 이중 인격적 태도다.
이런 정우의 심리를 서서히 따라가며 영화를 전개했더라면 관객 집중도를 높일 수 있었겠지만, 이야기가 자꾸만 여주인공 유경에게로 흩어지면서 정작 중요한 정우의 감정선이 장면장면 작위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여기에 정우 부부와 유경의 삼각관계를 넘어서 ‘히든카드’ 역할을 맡아야 할 유경 자매의 관계가 처음부터 비중 있게 엮인 것도 극적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검은손’은 공포물의 공식에 꽤나 충실해 당장 공포영화가 보고 싶은 관객에게 크게 무리가 될 선택은 아니다.
병원을 배경으로 한 유전자 연구와 장기이식이라는 소재와 수술 장면, 뒤틀린 욕망을 지닌 인물들, 꿈에 나올까 무서운 공포물 특유의 핏빛 장면들, 그런대로 무난하게 마무리되는 이야기가 그렇다.
극의 무게중심이 쏠린 한고은의 연기도 부족함이 있기는 하지만, 분명히 안방극장에서보다 발전했다. 연합
16일 개봉. 96분. 청소년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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