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까막눈이’는 ‘글을 보거나 쓸 줄 모르는 사람’이다. 한자어로는 문맹(文盲)이다. 임철우의 ‘등대 아래서 휘파람’에 까막눈이의 용례가 나온다. “아가, 이 편지 조까 큰 소리로 차근차근하게 읽어 주라이. 우리 아들한티서 온 편진디 , 내가 워낙 까막눈이라서 당최 알 수가 있어야제 원.”
시쳇말로 할머니에게 ‘흰 건 종이고, 검은 건 글씨’다. 객지를 떠도는 아들한테서 날아온 편지이건만 글을 모르니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 한글은 읽기 쉽고 쓰기도 쉬운 글자인 게 본질이다. 오죽하면 꼬맹이들도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동화책을 읽을 줄 알 정도다. 한글은 문자가 없는 다른 나라 종족들도 배워서 쓰고 있을 만큼 국제사회에서 인기 만점인 글자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나라 안에는 아직도 한글을 모르는 까막눈이들이 있는 게 현실이다. 밥벌어 먹고 살기에도 바빠 한글 배우기에 시간을 쪼개지 못한 노인들이다.
‘까막눈이 할매’들은 더이상 까막눈이가 아니다. 이들 ‘늦깎이 시인’들은 이제 자서전 쓰기에도 나섰다고 한다. 연극 공연도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다듬이 연주단, 할머니 인형극단, 도마 난타도 한다. 한번 뜬 눈이 ‘세상은 넓고 할일도 많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는 모양이다. 까만 세상 살아온 세월을 한꺼번에 보상 받으려는 듯 할매들의 행보가 거침 없어 보인다. 칠곡군이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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