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서”
  • 김용언
“외로워서”
  • 김용언
  • 승인 201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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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글쟁이’들에겐 ‘외로움’만큼 좋은 글감도 드문 것 같다. 고은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아무리 나이가 들었지만, 봄 창경원의 군중 속에서 칼 같은 외로움이 솟을 때, 스스로 미아가 되고 싶어서 지치도록 공개방송 일대를 헤매이는 남자가 있다면 그 남자를 끌어다가 소주를 사줄 일이다.”
 외로움과 똑같은 뜻을 지닌 한자어가 고독(孤獨)이다. 자료를 찾아보면 ‘고독’의 예화·예문이 풍성하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돈방석에 앉았다는 노벨의 일화가 그 하나다. 간추려 본다. ‘백만장자의 부랑인’은 한때 유럽에서 통하던 노벨의 별호였다. 떼돈을 번 그는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곳곳에 연구소나 주택을 갖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에겐 집이 없었다. 처자도, 따듯한 가정도 없었다는 소리다. 영예와 물질은 풍족하였으되 사랑을 주고 받을 사람이 없는 노벨은 고독했다고 한다.

 올 들어 271차례나 경찰에 허위신고를 한 대구의 한 택시기사가 그예 끝장을 보고 말았다. 평소 말수도 적은 사람이었는데도 술을 마시기만 하면 112에 허위신고하기를 일삼다시피 했다고 한다. “내 가족들을 다 죽였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은 기겁을 했다. 한바탕 영화같은 장면들이 벌어지고 나서야 거짓이었음을 자복했다고 한다. 그의 처지를 너그럽게 이해하고 지내온 경찰도 더이상 어쩔 수 없었는지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말았다는 얘기다. 그는 이런 행동을 한 이유를 “외로워서”라고 했다.
 루터의 설교집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사람들은 다른 친구들과 있을 때보다는 홀로 있을 때에 보다 더 많이 또 더 무거운 죄를 짓는다. … 살인·강도·도적 그밖에 모든 나쁜 일은 전부 사람 없는 곳에서 일어난다. … 마귀가 예수 그리스도를 시험한 곳도 황야였다. … 나도 혼자서 있을 때 커다란 괴로운 시련과 절망에 떨어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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