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글쟁이’들에겐 ‘외로움’만큼 좋은 글감도 드문 것 같다. 고은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아무리 나이가 들었지만, 봄 창경원의 군중 속에서 칼 같은 외로움이 솟을 때, 스스로 미아가 되고 싶어서 지치도록 공개방송 일대를 헤매이는 남자가 있다면 그 남자를 끌어다가 소주를 사줄 일이다.”
외로움과 똑같은 뜻을 지닌 한자어가 고독(孤獨)이다. 자료를 찾아보면 ‘고독’의 예화·예문이 풍성하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돈방석에 앉았다는 노벨의 일화가 그 하나다. 간추려 본다. ‘백만장자의 부랑인’은 한때 유럽에서 통하던 노벨의 별호였다. 떼돈을 번 그는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곳곳에 연구소나 주택을 갖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에겐 집이 없었다. 처자도, 따듯한 가정도 없었다는 소리다. 영예와 물질은 풍족하였으되 사랑을 주고 받을 사람이 없는 노벨은 고독했다고 한다.
루터의 설교집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사람들은 다른 친구들과 있을 때보다는 홀로 있을 때에 보다 더 많이 또 더 무거운 죄를 짓는다. … 살인·강도·도적 그밖에 모든 나쁜 일은 전부 사람 없는 곳에서 일어난다. … 마귀가 예수 그리스도를 시험한 곳도 황야였다. … 나도 혼자서 있을 때 커다란 괴로운 시련과 절망에 떨어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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