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해가 바뀌면서 ‘차기 대통령 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4년차에 들어가면서 대통령선거도 내년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대권 주자들의 지지도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어느 한 사람의 독주(獨走)를 허용하지 않는다. 새누리당 김무성,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신당의 안철수, 박원순 서울시장이 경쟁하는 양상이다. 그 뒤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쫓고 있다.
그러나 국내파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대입하면 지지도가 뚝 떨어진다. 반 총장이 단숨에 올라서면서 기존 대권주자들의 체면이 구겨지는 모양새다. 인지도와 대선후보 지지도는 물론 대통령 직무 적합도에도 단연 선두다. 반 총장이 내년 임기를 끝내고 대권 도전을 선언하면 국내 선거판이 요동칠 것이라는 예감이다.
반 총장은 그 동안 대선 출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특히 작년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을 계기로 국내 방문도 끊었다. 반 총장 동생과 성 전 회장 간의 관계가 부담을 줬기 때문이다. 그랬던 반 총장이 변했다. 그 것도 많이 변했다. 그가 지난 9월 초 중국 산둥성 태산(泰山)에 오른 뒤 부터다. 태산은 중국 황제들이 하늘의 뜻을 받드는 봉선(封禪) 의식을 거행한 곳이다. 대권을 꿈꾸는 한국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복을 비는 성산(聖山)으로 통한다.
반 총장은 9월 4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열병식 참석 다음날 부인 유순택 여사 등과 함께 태산에 올랐다. 반 총장의 산행에는 류제이(劉結一) 유엔 주재 중국 대사, 리훙펑(李洪峰) 타이안(泰安)시 당서기 등이 수행했다. 반 총장이 태산에 올랐을 때 비가 내려 웨이보(微博) 등 중국 SNS에서는 반 총장의 ‘우중등태산(雨中登泰山)’이 화제가 됐다. ‘태산을 오를 때 비를 맞으면 큰 뜻을 이룬다’는 속설 때문이다. 김대중·노태우 전 대통령도 태산에 올랐었다.
반 총장의 잠재력은 국내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각 언론 매체가 새해에 실시한 조사에서 반 총장이 김무성, 문재인을 모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안에 따르면, 반 총장이 여당 후보로 나올 경우 반기문 58.4%, 문재인 30.1%로 압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호남에서조차 46.4%를 얻어 문 대표(43.4%)를 앞질렀다. 안철수신당 지지자 64.8%, 천정배신당 지지자 54.7%가 ‘여권 후보 반기문’을 지지했다. 반 총장이 야당 후보로 나와 김 대표와 붙어도 반기문 59.6%, 김무성 24.5%로 벌어졌다. 반기문·문재인·안철수 3자 대결에서는 반 총장이 48.1%로 문 대표(26.5%)와 안 의원(16.3%)을 크게 앞섰다.
조선일보·서울대 아시아연구소의 광복70년 국민의식조사에서도 ‘차기 대통령 적합도’를 물은 결과 반 총장이 62.1%로 1위다. 반 총장은 새누리당(60.2%), 새정치민주연합(60.5%) 등 여야 지지층뿐 아니라 무당파(64.8%)에서도 “대통령으로 적합하다”는 응답이 높았다. 김무성(42.7%), 박원순(39.2%), 문재인(38.5%), 안철수(30.9%) 순이다. 대선후보 인지도에서도 반 총장이 79.0%로 1위다.
여야 각당은 4월 총선을 앞두고 계파 다툼으로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더민주당은 아예 두 쪽으로 갈렸고, 어제의 동지가 하루 아침에 원수(怨讐)로 돌변했다. 안철수·김한길 전 대표가 탈당하고 당명을 더민주당으로 바꾸면서 ‘노빠당’ 색깔이 더 진해졌다. 새누리당 역시 친박과 비박간의 다툼이 꼴불견이다. 여야가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당권 싸움에 몰두한다면 ‘반기문 대망론’은 점점 커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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