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와 완전 결별 선택한 ‘湖南’
  • 한동윤
‘친노’와 완전 결별 선택한 ‘湖南’
  • 한동윤
  • 승인 2016.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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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에 대지진이 일어나고 있다. 그 상징적 사건이 더불어민주당의 해체에 가까운 변형(變形)이다. 안철수 의원이 탈당해 ‘국민의 당’ 창당을 서두르고 안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지낸 김한길 의원이 뒤를 따르면서 더민주가 제1야당의 위상을 위협받고 있다.
 더 상징적인 것은 더민주를 떠받들어온 호남 출신의원들의 대거 이탈과 국민의 당 합류다. 광주에서는 더민주가 국민의 당에 눌려 소수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급기야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고문까지 탈당했다. 야당을 지탱해온 두 기둥, 즉 운동권과 호남(湖南) 가운데 한 축이 무너지고 말았다.
 더민주를 이끄는 문재인 대표는 ‘친노’의 대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상징하는 ‘친노’는 2002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호남이 적극 지원하면서 대권을 잡을 수 있었다. 친노 ‘운동권’과 ‘호남’의 결합이 노무현 정권이다. 그런데 권노갑 고문의 이탈로 2002년 구도가 붕괴되고 말았다. 여기에 현역으로 호남을 대표해온 박지원 의원까지 더민주의 담 밖으로 나감으로써 더민주와 친노는 호남으로부터 버림받은 격이다.

 친노와 호남의 결별은 친노의 집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데서 출발한다.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부터 최근 각종 재보선에 이르기까지 친노가 장악해온 야당은 참패를 기록했다. 문재인 체제로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 대표로 상징되는 친노 리더십으로는 정권교체가 힘들다고 판단한 게 중요하다”고 호남 정서를 풀이했다.
 더민주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호남 지지율은 친노·운동권이 당권을 쥔 이후 급격하게 하락했다. 한국갤럽 정기여론조사에서 안철수·김한길 대표 시기 새정련의 호남지지율은 48~55%였다. 그러나 지난해 2월 문재인 대표 취임 후 호남 지지율은 45%로 갈수록 하락했다. 지난달에는 30%까지 뚝 떨어졌다. 최근에는 안철수 신당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노를 밀어 정권을 잡게 해줬는데 호남에 해준 게 없다“는 인식도 호남에 깔려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한나라당의 대북송금 특별검사 요구를 받아들여 김대중 전 대통령을 욕보이고 박지원 의원을 전과자로 만든 데 대한 반감이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이 “(호남이) 내가 좋아서가 아니라 이회창이 될까 봐 찍었지”라고 한 발언도 속을 박박 긁었다.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의 “우리는 부산 정권”이라고 한 것도 화를 돋우었다. 동교동계의 이훈평 전 의원은 “50년 만에 정권 창출하고, 재창출해줬는데, 친노 패거리들이 망쳐버렸다”고 비판했을 정도다.
 호남이 친노를 버린 이유가 옳은지, 아니면 편협한 지역이기주의인지는 4월 총선 결과가 답을 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친노’로 상징되는 비타협·무한 투쟁노선이 내부로부터 가혹한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친노의 혹독한 노선은 외부로부터 비판을 받아왔지만 내부에서는 사실상 성역(聖域) 취급을 받아왔다. 바로 그 성역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야당의 분열과 지각변동은 대결과 갈등으로 시종해온 우리 정치에 순기능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역기능을 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그러나 야당 분열이 극한대립노선을 추종해온 야당에 일종의 경종(警鐘)을 울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 상징적인 장면이 안철수 국민의당 지도부의 12일 국립현충원 이승만-박정희 묘소 참배다.
 안 의원은 이날 한상진 공동 창당준비위원장, 김한길·황주홍·김동철·문병호·김영환·임내현 의원과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데 이어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순으로 참배했다. 한 공동 창준위원장은 참배를 마친 뒤 “박정희 대통령은 산업성장의 엔진을 걸었고, 직접 헬멧을 쓰고 창원·울산·구미 등 공단을 돌며 근대화와 산업화를 몸소 이끌었다”고 긍정 평가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도입했고 굳게 세웠다”며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우리 나라에서 충실히 발전되지 못했지만 이승만 대통령의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을 우리가 이어받아 이를 좀 더 강고하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 참배를 꺼리다 2015년 참배한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동교동계 호남과 친노의 결별이 우리 정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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