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에 대지진이 일어나고 있다. 그 상징적 사건이 더불어민주당의 해체에 가까운 변형(變形)이다. 안철수 의원이 탈당해 ‘국민의 당’ 창당을 서두르고 안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지낸 김한길 의원이 뒤를 따르면서 더민주가 제1야당의 위상을 위협받고 있다.
더 상징적인 것은 더민주를 떠받들어온 호남 출신의원들의 대거 이탈과 국민의 당 합류다. 광주에서는 더민주가 국민의 당에 눌려 소수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급기야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고문까지 탈당했다. 야당을 지탱해온 두 기둥, 즉 운동권과 호남(湖南) 가운데 한 축이 무너지고 말았다.
더민주를 이끄는 문재인 대표는 ‘친노’의 대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상징하는 ‘친노’는 2002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호남이 적극 지원하면서 대권을 잡을 수 있었다. 친노 ‘운동권’과 ‘호남’의 결합이 노무현 정권이다. 그런데 권노갑 고문의 이탈로 2002년 구도가 붕괴되고 말았다. 여기에 현역으로 호남을 대표해온 박지원 의원까지 더민주의 담 밖으로 나감으로써 더민주와 친노는 호남으로부터 버림받은 격이다.
더민주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호남 지지율은 친노·운동권이 당권을 쥔 이후 급격하게 하락했다. 한국갤럽 정기여론조사에서 안철수·김한길 대표 시기 새정련의 호남지지율은 48~55%였다. 그러나 지난해 2월 문재인 대표 취임 후 호남 지지율은 45%로 갈수록 하락했다. 지난달에는 30%까지 뚝 떨어졌다. 최근에는 안철수 신당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노를 밀어 정권을 잡게 해줬는데 호남에 해준 게 없다“는 인식도 호남에 깔려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한나라당의 대북송금 특별검사 요구를 받아들여 김대중 전 대통령을 욕보이고 박지원 의원을 전과자로 만든 데 대한 반감이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이 “(호남이) 내가 좋아서가 아니라 이회창이 될까 봐 찍었지”라고 한 발언도 속을 박박 긁었다.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의 “우리는 부산 정권”이라고 한 것도 화를 돋우었다. 동교동계의 이훈평 전 의원은 “50년 만에 정권 창출하고, 재창출해줬는데, 친노 패거리들이 망쳐버렸다”고 비판했을 정도다.
호남이 친노를 버린 이유가 옳은지, 아니면 편협한 지역이기주의인지는 4월 총선 결과가 답을 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친노’로 상징되는 비타협·무한 투쟁노선이 내부로부터 가혹한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친노의 혹독한 노선은 외부로부터 비판을 받아왔지만 내부에서는 사실상 성역(聖域) 취급을 받아왔다. 바로 그 성역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야당의 분열과 지각변동은 대결과 갈등으로 시종해온 우리 정치에 순기능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역기능을 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그러나 야당 분열이 극한대립노선을 추종해온 야당에 일종의 경종(警鐘)을 울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 상징적인 장면이 안철수 국민의당 지도부의 12일 국립현충원 이승만-박정희 묘소 참배다.
안 의원은 이날 한상진 공동 창당준비위원장, 김한길·황주홍·김동철·문병호·김영환·임내현 의원과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데 이어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순으로 참배했다. 한 공동 창준위원장은 참배를 마친 뒤 “박정희 대통령은 산업성장의 엔진을 걸었고, 직접 헬멧을 쓰고 창원·울산·구미 등 공단을 돌며 근대화와 산업화를 몸소 이끌었다”고 긍정 평가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도입했고 굳게 세웠다”며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우리 나라에서 충실히 발전되지 못했지만 이승만 대통령의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을 우리가 이어받아 이를 좀 더 강고하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 참배를 꺼리다 2015년 참배한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동교동계 호남과 친노의 결별이 우리 정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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