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선거운동이 중반으로 치달으면서 막말과 비방전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나라를 이끌어 가기 위한 정책 대결이나 미래 지향적 캠페인보다는 상대를 깎아내리는 ‘네거티브 캠페인’이 부각되는 양상이다.
특히 여야 지도부까지 나서 상대 진영을 비난하는 막말 공세를 주저하지 않고 있어 선거운동이 품격을 잃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선거일이 다가오고 선거운동이 과열되면서 막말이나 비방전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광주 광산을에 출마한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의 ‘박근혜 대통령 저격’ 풍자 포스터는 도를 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권 의원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잡을 저격수, 권은희지 말입니다. 다음은 국보위 너다”라고 쓰고 자신이 군복차림으로 총을 겨눈 모습을 합성한 포스터를 올렸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패러디한 것으로 ‘국보위 너’는 국보위 전력이 있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했다. 논란이 커지자 삭제하긴 했지만 국회의원이 대통령과 제1 야당 대표를 저격 대상으로 표현했다는 것은 의원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상식 밖의 행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사과했지만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4일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김종인 더민주 대표에 대해 “세금 폭탄 전도사이자 국민연금 파괴자”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김 대표는 앞서 지난 주말 유세전에서도 야당의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에 대해 “12시간씩 발언하기 위해 아기들이 차는 기저귀를 차고 연설했다”고 깎아내렸다. 김종인 대표도 새누리당의 ‘경제사령탑’을 맡은 강봉균 공동선대위원장을 겨냥해 “그 사람은 헌법도 안 읽어본 사람인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상대에 대한 비판을 넘어 모멸감을 줄 수 있는 인신공격성 발언이다. 아무리 선거판이라지만 여야 대표의 품위에 맞는 언행인지는 의문이다.
막장 공천으로 정치 혐오증을 불러일으킨 여야 정치권이 선거운동에서도 막장 행태를 되풀이한다면 유권자의 실망은 더욱 커질 것이다. 유권자들은 자질이나 인성이 모자라는 후보들이 누구인지 두 눈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20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19대 국회의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야 지도부가 표를 까먹지 않기를 바란다면 후보나 운동원들이 충동적인 막말이나 국민 갈등을 조장하는 일이 없도록 내부 단속을 철저히 하기 바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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