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국회 상임위가 결정하면 언제든 ‘청문회’가 가능한 국회법 개정안(상시 청문회법)을 둘러싸고 박근혜 대통령과 야당이 갈등에 휩싸였다. 박 대통령은 입법부가 정부의 행정 행위를 간섭하는 위헌 요소를 안고 있기 때문에 거부권 행사를 고민하는 반면 야당은 “거부권을 행사하면 협치(協治)는 끝”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행정부와 입법부, 그리고 여야가 ‘상시 청문회법’이라는 암초(暗礁) 앞에서 대치하게된 것은 전적으로 정의화 국회의장 때문이다. 정 의장은 19대 국회 임기가 끝나기 직전 느닷없이 ‘상시 청문회법’을 발의해 국회본회의에 직권상정했다. 여야 어느 한 쪽이 반대하면 상정이 불가능한 국회선진화법을 무시한 독단이다.
정 의장의 무책임은 이게 다가 아니다. 정부가 상시 청문회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고민하는 가운데 그는 24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상임위 청문회는) 정책 청문회라 현안이 있으면 분석하고 따지고 바로잡아 가는 일을 하는 것”이라며 “이런 걸 가지고 거부권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상당히 슬픈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것(청문회)을 활성화하면서 국정감사를 국조법(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서 빼서 국감을 안 하도록 해야 한다”고 느닷없이 ‘국감 폐지론’을 내세웠다. 정 의장이 상시청문회법을 밀어 붙이면서 위헌 논란이나 정부측 반발을 예상 못했을 리 없다. 지난해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정부의 시행령 제·개정에 입법부가 간섭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야당과 합의해 박 대통령이 거부함으로써 야기된 국회법 파동을 기억 못할 리가 없다. 그런데도 국회법 개정안보다 더 심각한 마찰을 빚을 상시 청문회법을 처리해 놓고 뒤늦게 “국정감사를 안 하도록 해야 한다”고 사견을 밝힌 것이다.
정 의장이 상시 청문회법을 밀어붙이면서 ‘국정감사 폐지’ 소신을 갖고 있었다면 상시 청문회법과 국정감사 폐지법안을 동시에 상정했어야 했다. 상시 청문회법만 불쑥 직권상정해 처리해 놓고 위헌 시비와 함께 논란이 일자 뒤늦게 “국감을 안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그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20대 국회에서는 국회의장 선출에 여야가 더 많은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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