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변호인을 통해 검찰이 제시한 ‘29일까지 대면조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 전 검찰의 대통령 직접 조사는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유감스럽고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박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밝힌 구체적인 조사 거부 이유는 이해할 수 없다. 유 변호사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국수습 방안 마련과 29일까지 야당이 추천할 후보 중에서 특검을 임명해야 하는 등의 일정상 어려움을 조사 거부 이유로 들었다.
지난 한 달여 간 대통령과 청와대의 국정컨트롤 기능이 사실상 중단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일정상의 이유로 조사를 거부한다는 설명은 납득할 수 없다. 특검 임명일정 등을 조사 거부 이유로 내세우는 것 또한 너무 궁색하다.
유 변호사는 차은택 씨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변호인으로서의 준비 문제도 이유 중 하나로 거론했지만 받아들이기 힘들다.
검찰의 대면조사를 거부한 데 따른 책임은 온전히 박 대통령의 몫으로 돌아갔다. 검찰은 이미 박 대통령을 최순실·안종범·정호성과 함께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및 청와대 문건 유출혐의를 함께 받는 ‘공동 정범’으로 규정하는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일 뿐”이라고 부인했지만, 검찰의 수사결과가 부당하다면 지금이라도 당당히 조사에 응해 소명하고 결백을 입증하면 될 일이었다.
게다가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하며 각종 이권을 독식한 의혹을 받아온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공소장에도 차 씨가 최순실, 안종범 및 대통령과 공모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가 포함됐다. 갈수록 커지는 관련 의혹이 정국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음을 대통령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주말 민심의 요구는 분명히 확인됐다. 이제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와 관련 의혹 규명은 늦어도 내달 2일까지 출범할 특검의 손으로 넘어갔다. 검찰은 비록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힘들게 됐지만, 특검 출범 전까지 남은 며칠간 막바지 조사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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