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 감독의 SF 블록버스터 `디 워’가 개봉 5일 만에 관객 295만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관객 1300만명을 동원한 `괴물’을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 1일 개봉한 `화려한 휴가’도 340만 관객을 넘어섰다. 올 들어 침체에 빠진 영화계에 반가운 소식이다.
두 영화의 흥행 성공이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를 바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이무기의 전설을 담은 `디 워’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컴퓨터 그래픽(CG)과 특수 효과, 스펙터클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연일 관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실패를 딛고 일어서 미개척 장르인 SF물을 만들어낸 심 감독 본인에 대한 인간적인 공감과 애국주의에 호소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반면 흥행과는 별도로 작품의 완성도와 마케팅 방식을 둘러싸고 논란도 거세게 일고 있다.
찬사와 비난으로 엇갈린 네티즌들의 열기도 `댓글 전쟁’을 방불케 한다.
지난해 개봉된 한국 영화 108편 중 88편이 적자를 냈다. 국내 영화산업이 외형은 커졌으나 내실은 다지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올 들어 한국 영화는 지난 상반기 수출액이 전년에 비해 57%가 급락했으며 국내 관객 동원은 5월까지 서울지역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6%가 떨어졌다. 관객 점유율 역시 지난해 59.7%에서 44.7%로 줄어 박스 오피스의 상위권은 외화가 차지해 왔다.
지난달에는 복합영화관 3위 업체인 메가박스가 호주계 금융회사로 넘어가 영화계에 충격을 줬다. 실적 악화에 시달려 온 메가박스의 매각은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무엇보다 관객 감소에 따른 한국 영화산업의 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침체를 벗어나고자 최근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등 영화 관련 10여 단체가 모여 한국 영화산업의 위기를 타개하고 발전을 위해 서로 협력할 것을 다짐하는 `한국영화산업 대타협 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관객들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서는 영화인들의 자성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일부 평론가들의 지적처럼 `디 워’가 우수한 작품은 아닐 수 있다. 감독이 개봉 직전 TV 오락프로에 출연해 그 동안의 고생을 토로하며 눈물을 보이고 영화의 엔딩 장면에서 아리랑이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것이 유치해 보일 수도 있다. 어느 감독의 말처럼 “70년대 청계천에서 마침내 조립에 성공한 미국 토스터기 모방품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할리우드 영화에 밀려온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 일으키고 관객들을 다시 끌어 모으고 있다는 점에서 `디 워’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심 감독의 열정을 높이 사야 한다. `디 워’는 9월 미국에서 최소 1500관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미국 현지에서 대규모로 개봉하는 첫 한국 영화라고 한다.
`디 워’의 흥행 성공이 해외로까지 이어져 한국 영화계에 새 희망을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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