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발전 ‘영구 중단’… 관련기술 사장 위기
  • 이상호기자
지열발전 ‘영구 중단’… 관련기술 사장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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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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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급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
정부 예산·민간 자본 473억 투입
EGS 활용 지열발전 진행 계획
학계 “국내 첫 시도 4㎞급 시추
학보된 기술 학술적 의미있어”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지열발전소가 가동을 멈춘 채 서있다. 뉴스1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지열발전소가 가동을 멈춘 채 서있다. 뉴스1

[경북도민일보 = 이상호기자] 지열발전소가 지난 2017년 11월 규모 5.4 포항지진을 촉발했다는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의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국내 지열발전 사업이 영구 중단됐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500억원 가까이 투입해 개발한 지열발전 관련기술도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된 ‘메가와트(MW)급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은 정부 주도로 진행된 연구개발(R&D) 사업이다. 이 국책연구사업에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서울대학교·포스코·이노지오테크놀로지·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넥스지오가 참여했다. 여기 투입된 정부 예산은 195억원이고, 민간자본은 278억원이다. 총 473억원이 투입됐다는 얘기다.
 포항 지열발전소는 지난 2016년 6월 1차 설비가 완공돼 시험발전을 시작했고 이듬해인 2017년 12월 약 5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6.2메가와트(MW) 규모의 상업생산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지열발전은 지하 심부의 지열에너지를 이용해 기상 조건에 상관없이 상시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다. 지열발전은 지반에 풍부한 열을 담고 있는 화산지대 국가에서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리나라는 비화산지대로 ‘인공저류 지열발전 방식’(EGS)을 활용한 지열발전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이는 아시아 최초였다.

 EGS는 발전에 필요한 높은 온도를 얻기 위해 시추를 통해 강한 수압으로 물을 주입해 암석을 깨뜨린 뒤 인공적으로 물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인 저류층을 만들어야 한다. 이에 사업을 진행한 연구팀들도 지하 4.2∼4.3㎞에 달하는 지열정 2개를 시추했다.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연구팀들은 4km급 대심도 시추정 설계 및 굴착 관리 기술을 확보했다. 당시 사업 시작까지 우리나라에서는 1km 이상 시추가 시도된 적이 없었다. 사실상 국내 시추 기술은 낙후된 것으로 평가됐다. 실제 지반에 시추를 하다보면 계획한 만큼 시추가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유는 실제 눈으로 볼 수 없는 지하를 직선 방향으로 시추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시추부분이 붕괴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시추 기술은 지열발전소 상용화 외에도 석유가스전 개발, 지진 모니터링 시스템, 지반조사, 단층조사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어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기술로 꼽힌다. 최근에는 기후변화기술인 이산화탄소 지중저장 기술은 물론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지하 저장 등 심부 공간 이용분야에 활용을 위해 주목받는다.
 현재까지도 이번 사업을 진행한 연구팀 외에 국내에는 4km급으로 시추기를 운전해서 시공이 가능한 연구팀은 전무하다. 국내 한 지질학자는 “시추 기술은 석유개발, 지반 모니터링 등 여러 기술에 사용할 수 있지만 포항 지열발전 사업 전에는 이런 연구가 진행된 적이 없었다”면서 “4km급을 시추하게 된 것은 국내 첫 시도였던 만큼 지금까지도 의미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대한지질학회 관계자는 “수십 억대 돈이 투입된 기술이고 앞으로 전세계적으로 지열발전이 각광받고 있는 것을 보면 사업을 통해 확보된 기술이 사장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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