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에 압권은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들의 기밀 연구자료 유출이다. 1970년 무기체계 연구·개발을 위해 창설된 국방과학연구소는 우리 군의 국산무기 개발을 주관하는 곳이다. 지난 50년 동안 미사일과 최첨단 전자기기는 물론 군용기와 전차 등 군사 관련 기술을 개발해 왔다.
그런데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들이 퇴직하면서 지난 수년간 기밀 연구자료 68만건을 유출한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위급 간부 출신을 포함해 60여명이 기밀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20여명은 집중조사 중이라는 것이다. 퇴직 이후 취업 등을 위해 기술을 빼내가는 관행이 횡행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군의 나사 풀린 모습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현역 육군 대령은 부대지휘통제실을 ‘도청’하다가 잡혔다. 도청 기술을 ‘적’이 아닌 ‘상관’을 염탐하는 데 사용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지휘통제실은 군사기밀이 취급되는 보안시설이다. 그런데 군 간부가 지휘통제실 통신망을 자신의 집무실 스피커로 연결해 군단장의 회의 내용을 엿듣다가 내부 제보에 의해 들통이 난 것이다. 이 같은 범행이 3개월 간 이어졌는데도 군 보안점검 등으로 적발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내부 제보가 없었다면 언제까지 이 같은 도청행위가 이어졌을지 모를 일이다.
군 기강해이 사건은 이 뿐만이 아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서는 육군 부사관이 내기 탁구에서 졌다는 이유로 병사를 폭행했다.
제주 해군기지와 수도방위사령부 예하부대는 민간인들에게 뚫렸다. 전방부대 병사들은 군사기밀인 암구호를 카카오톡으로 공유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부사관이 상관인 장교를 성추행한 사건도 발생했고, 병사가 여군 중대장을 야전삽으로 폭행한 사건도 발생했다. 함정 함장이 부하 여군을 성추행해서 직위 해제된 사건도 발생했다.
군이 나사가 풀려도 한 참 풀려 있는 모습이다. 과연 이게 대한민국 국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건사고가 잇달아 터지면서 우리 군의 기강이 느슨해졌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결국 국민들의 불안감만 높아지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과연 우리 군에 국가 안보를 믿고 맡길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이 있다. 군대가 전쟁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집단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나라의 군대가 강하면 어떤 나라도 공격할 엄두를 못낼 것이기 때문이다. 즉, 군대는 전쟁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쟁을 예방하기 위해 유지하는 것이다.
국방부는 사건·사고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조사해 일벌백계 해야 한다. 특히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래야 당나라 군대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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