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황금연휴, 500년 민족정기 서린 ‘임청각’으로
  • 정운홍기자
광복절 황금연휴, 500년 민족정기 서린 ‘임청각’으로
  • 정운홍기자
  • 승인 202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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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유공자 11명을 배출하며
일제강점기 항일 투쟁 밑거름
노블레스 오블리주 대표 공간
 
개인보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상룡 선생 일가 숭고한 정신
독립운동가 숨결 느낄 수 있어
우리나라는 일본 제국의 패망으로 75년 전인 1945년 8월 15일 해방되어 국권을 회복하고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했다. 이를 아울러 광복절로 기념하고 있다. 8월 15일은 5대 국경일로서 법정 공휴일이다. 올해는 대체 공휴일이 8월 17일로 지정돼 연휴가 길어졌다. 가족과 함께 의미 있는 여행을 떠나볼 만하
안동 ‘임청각’ 전경
다. 특히 전국 시·군에서 가장 많은 369명의 독립 운동가를 배출한 고장 ‘독립운동의 성지’ 안동을 추천한다.

조선시대 형조좌랑을 지낸 이명이 1519년에 지은 고성이씨 종택인 ‘임청각’은 조선시대에 왕이 아닌 사람이 지을 수 있는 최대 규모인 99칸으로 현존하는 살림집 중 가장 크고 오래됐다. 그래서 대한민국 보물 제182호로 지정됐다. 이 고택은 500년의 민족정기를 이어나가 독립유공자 11명을 배출하며 일제강점기 항일 투쟁의 밑거름이 됐다. 임청각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개인의 안위를 챙기기보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의 상징적 공간으로 거듭났다.

1858년 임청각에서 태어난 석주 이상룡 선생은 유학자로서 협동학교를 세워 애국계몽운동과 의병운동에 힘썼다. 1910년 8월 일제가 강제적으로 한일합병을 감행하자 1911년 1월 반년도 지나지 않아 당시 54세 나이에 50여명의 가솔과 함께 전 재산을 챙겨 서간도로 망명해갔다. 그는 사당에 모셔진 조상 신주를 땅에 묻고 안동 최초로 노비문서도 불태웠다. 만주에서 무장독립투쟁을 준비하면서 자금이 부족하자 아들을 다시 안동으로 보내 임청각을 팔아 군자금으로 보탰다. 서간도 지역에 항일 독립운동단체 경학사를 만들고 독립군 양성학교로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해 독립군을 양성하고 독립정신을 일깨웠다.

1924년 임시정부 이승만 대통령이 탄핵되고 2대 대통령으로 추대된 박은식이 국무령제로 바꾼 뒤 1925년 초대 국무령에 이상룡을 추천해 당선시켰다. 그러나 분열된 독립운동계에 회의를 느끼고 다시 간도로 돌아와 무장항일투쟁에 심혈을 기울였다. 석주 이상룡은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독립전쟁에 열정을 바친 숭고한 삶을 살았으나 끝내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하고 1932년 5월 길림성 서란현에서 74세에 순국하고 말았다.

석주 일가는 이상룡을 비롯해 부인 김우락, 동생 이봉희, 아들 이준형, 조카 이광민, 손자 이병화, 손자며느리 허은 등 3대를 거쳐 모두 11명의 독립운동 서훈자를 배출했다.

여기에는 여성독립운동가 2명이 포함돼 있다. 2019년 3.1절에 석주 이상룡의 부인 김우락 여사가 건국훈장 애족장에 추서되며 11번째 임청각 출신 독립유공자가 됐다. 또 석주의 손자며느리 허 은 지사 역시, 만주에서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 노력한 공적이 인정돼 2018년 광복절에 건국훈장 애족장에 추서됐다. ‘아직도 내 귀엔 서간도 바람소리가’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통해 여성의 입장에서 독립운동을 뒷바라지한 이야기를 생생히 담아 남겼다. 이들 여성 독립운동가들은 독립군들에 식사를 제공하고 군복을 만드는 등 독립군의 의식주를 고루 챙기며 항쟁의 역사에 맞서 몸소 버팀목이 된 것이 결국 공적으로 인정됐다. 특히 석주 이상룡 선생의 며느리인 이중숙 여사의 독립유공자 추서에 대한 지역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석주 선생은 문재인 대통령도 각별한 관심을 가진 독립운동가다. 2017년 8·15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으로 임청각을 언급하며 인구에 회자되기도 했고 2019년 역사박물관과 KBS가 함께 만든 ‘나의 독립 영웅’ 방송 가운데 석주 이상룡 선생 편에 직접 출연하기도 해 반향을 일으켰다. “석주 이상룡 선생의 뜻을 이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라는 친필 글도 남겼다.

이러한 붐을 타고 임청각의 역사와 석주의 숭고한 정신을 느껴보려는 역사문화탐방 목적 관광객들이 꾸준히 방문을 이어오고 있다. 한옥 숙박체험도 가능해 하룻밤 머물며 독립운동의 유산을 찬찬히 음미해볼 만하다.한편 오는 15일 오전 10시부터 임청각에서는 광복절 기념 음악회가 열린다. 신학기를 맞은 자녀들과 함께 안동에서 독립운동가들의 숨결을 느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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