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랜드는 지난 10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1 20라운드 대전하나시티즌전에서 2-0으로 이겼다.
서울 이랜드 선수들은 경기 종료 후 라커룸에서 승리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섰지만, 누구도 웃지 않았다.
지난 7일, 김희호 코치가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김 코치와 함께 땀 흘리며 훈련했던 서울 이랜드 선수들은 이날 경기 내내 눈물을 참고 뛰었고, 경기 종료 후에도 눈물을 흘리며 김 코치와의 이별을 슬퍼했다.
선수들은 눈이 퉁퉁 부은 채로 김 코치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 국화꽃, 추모 밴드를 들고 ‘승리 사진’을 찍었다. 11경기 만에 거둔 승리였지만, 환호보다는 슬픔이 가득했다.
서울 이랜드 관계자는 “경기 날 아침이 김 코치님의 발인이었다. 선수들은 대전 원정 참가로 발인에 함께하지 못해, 라커룸에서나마 고인을 기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들이 김 코치에게 승리를 바친다는 생각으로 평소보다 더 열심히 뛴 것 같다. 라커룸에서 안 우는 선수가 없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같은 날 김천 종합운동장에서 김천상무를 4-2로 꺾은 안양도 특별한 라커룸 세리머니를 했다.
안양은 이 경기를 감독 없이 치렀다. 이우형 안양 감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 격리 중이다.
안양은 수장 없이 경기를 치르는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대승, K리그2 선두 자리를 탈환했다.
선수들은 집에서 홀로 경기를 지켜봤을 이 감독과 승리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영상통화로 연결했다. 이어 백동규가 직접 포털 사이트에 있는 이 감독 사진 중 가장 잘 나온 사진으로 골라 아이패드에 띄웠다. 골키퍼 정민기는 마치 이 감독이 직접 와 있는 것처럼 아이패드를 두 손으로 가리키기도 했다.
안양 관계자는 “선수들이 승리 후 그라운드를 빠져나갈 때부터 이 기쁨을 감독님과 함께 나눠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연결에 나섰다”고 라커룸 상황을 전했다.
자택에서 라커룸 상황을 전해들은 이 감독은 “내가 없을 때 더 잘하니 섭섭하다”고 농담한 뒤 “선수들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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