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공개와 리컬테크(legal 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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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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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만사 모든 분쟁의 최종적 해결은 법원이 담당하는 것이 법치주의 기본이다. 법원의 지혜와 판단이 담긴 판결문은 당사자에게 판결의 내용을 정확하게 알려줘 그 판결에 대해 불복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그 외에도 입법, 행정 등 다른 국가기관의 결정을 구속하거나 결정의 선례가 되고, 변호사 등이 다른 사건에서의 판결 결과를 예측하는 수단이 된다. 한편으로는 법학 연구자들의 법리 연구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리걸테크 업체들의 판결분석 및 예측서비스를 가능하게 하기도 한다. 이처럼 여러 측면에서 판결문을 공개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헌법 제10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 다만, 심리는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안녕질서를 방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할 염려가 있을 때에는 법원의 결정으로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심리는 비공개로 정할 수도 있지만, 판결은 원칙상 반드시 공개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모든 판결이 공개되고 있는 것일까. 판결문 공개와 관련된 현황은 어떠하며 어떤 이슈가 있을까.

현재 판결서는 다음 3가지 방법으로 공개되고 있다.

첫째, 판결문 공개의 범위에 관한 것이다. ’13년 이전 확정된 형사판결서, ‘15년 이전 확정된 민사판결서의 경우 대부분 공개되지 않고 있다. 또한, 확정판결만 공개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있다. 작년 11월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해 2023년 1월 1일부터는 민사·행정·특허 사건은 미확정 판결서까지 공개될 예정이지만 형사사건에 대해서는 여전히 확정판결만 공개하고 있다. 미확정 형사판결문의 비공개 이유는 ‘여론에 의한 재판 독립 침해’, ‘무죄추정 원칙 위반 우려’, ‘여론에 의한 양형 판단에 영향’ 등으로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이 제시되고 있다. 다만, 판결 확정 전이라도 법원의 공식적 판단이 기록된 판결문은 소송의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으며, 피의자, 피고인, 변호인 등이 이를 활용할 수 있어야 오히려 제대로 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반론이 있다.

둘째, 판결문 공개 방법에 관한 것이다. 2019. 1. 1.부터 공개하는 모든 판결서에 임의어 검색 기능을 허용하고 있으나, 임의어 검색을 이용하여 선택한 판결서를 다운로드할 경우 다운로드 된 파일은 이미지 파일 형태로 제공되어 기계 판독(수정, 변환, 추출, 검색)이 불가능하다. 이는 해당 판결문을 편집하여 악용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 이에 따라 리걸테크의 판결문 활용이 어렵다. 다만, 2023년 1월부터는 TEXT PDF 형태로 판결서를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의 민사소송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셋째, 판결문 공개 시 비실명처리에 관한 것이다. 검색·열람이 되는 판결서에 대하여는 열람·복사에 앞서 판결서에 기재된 성명 등 개인정보가 공개되지 않도록 보호조치를 하여야 한다. 비실명처리 대상은 판결서 등에 나타난 ‘자연인’, ‘법인’, ‘단체’로서 개인정보를 보호할 필요가 있는 자는 전부 비실명처리의 대상이 되며, 비실명처리 방식은 현재 알파벳 대문자로 치환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우선 비실명처리는 개인정보 보호법 상 익명처리 또는 가명처리가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법 제29조의 안전조치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며, 비실명처리의 대상은 제도의 취지에 맞게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 예컨대 자연인이 아닌 법인, 단체는비실명처리 대상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현재의 알파벳 대문자보다는 가독성이 있는 방식으로 비실명처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으며, 지능형 비실명처리 솔루션을 도입하여 법원의 비실명업무처리 부담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넷째, 판결문 공개 시 수수료에 관한 것이다. 인터넷 열람 대상 판결문들은 비실명처리가 완료되어, 제공에 추가적인 인력, 실비가 필요치 않은 판결문들임에도 불구하고 전문 열람에 1건당 1,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판례분석이나 연구를 위해 수십, 수백 건의 판결문을 입수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 결국 판결문 정보의 접근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판결문 공개와 관련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판례가 법원이 되는 영미법계와 그렇지 않은 대륙법계 국가 간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판결문의 전면 공개는 물론 소송기록까지 전면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공개 시 실명을 원칙으로 한다. 독일은 공개할 이익이 명백한 판결만 선별하여 검색 가능한 형태로 온라인 공개하고 있으며, 공개 시 사건관계인은 비실명처리하되 판사, 검사, 변호사는 실명을 공개하고 있다.

판결문이 데이터로서 기초자원이 되는 리걸테크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디지털 신기술을 법률 분야에 접목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변호사 등에게 단순 반복업무나 리서치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국민에게는 고도화된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 판결문을 전면 공개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소송 결과 예측 등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으나, 한국은 아직 이런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리걸테크의 발전을 위해서도 판결문 공개 확대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 당사자의 방어권, 학문적 연구수행, 리걸테크 지원을 위해 판결문의 공개 확대의 필요성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부정한 목적으로의 악용 가능성,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 비실명처리 비용 부담 문제 등으로 인해 만족할만한 진전이 없다. 이런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근본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즉, 판결문 비실명화는 필요한 상황에만 제한적으로만 요구하고, 기본적으로는 판결문을 비실명화 처리 없이 공개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헌법상 판결을 공개하기로 한 이상 판결문을 비실명화하는 것이 원칙이 될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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