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정치인이 잠든 밤에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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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정치인이 잠든 밤에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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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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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봉/중앙대 경제학과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비추어 우리나라에서 제일 낙후된 부문은 두말할 것도 없이 교육이다. OECD 30개 회원국 중 한국은 가장 외국 유학생이 안 오는 나라다. `2007년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한국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1만5497명(2005년)으로서 국내 대학 및 대학원생 320여만 명의 0.5%다. OECD 30개 회원국 평균은 7.6%이며 한국은 폴란드와 함께 가장 “유학을 기피하는 국가”의 자리를 차지했다.
 국민이 국산 교육을 가장 기피하는 나라도 한국이다. 미국에 유학 중인 한국학생 수는 9만3700명으로 11억 인구의 인도(7만6700명)와 14억의 중국(6만800명)보다도 앞섰다. 중국에는 5만4000명이 나가있는데 중국 내 총 외국인학생수의 38%를 차지한다. 뉴질랜드 교육부가 집계한 외국인 초등학생 2907명 중 한국 학생이 2429명(83.5%)이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남아공화국, 태국, 피지에 이르기까지 한국 학생은 세계 구석구석에 박혀있다. 이들 대부분은 석·박사를 얻자고 나가는 것이 아니다. 국내교육을 기피하여 떠나는 것이다.
 주부가 자식 과외비 조달하러 파출부 등으로 나가고, 기러기 아빠가 자살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국민이 학원, 과외, 유학, 연수 등 순수이 사교육비로 년 30조원을 지출한다는데, 이는 유아원에서 대학원까지 학생 일인당 약 300만원 수준으로 GDP의 15%에 해당한다.
 한국의 후진적 교육현상은 마치 쌀 재배국 미얀마가 쌀을 수입하고 산유국 인도네시아가 석유를 수입하는 꼴이다. 지난 수십 년간 국가 발전 속도나 교육열로 보아 한국의 교육은 지금쯤 아시아 제일이 되었어야 했을 것이다. 해방 후 우리나라에는 명문고교와 대학이 우후죽순처럼 자랐고 학원설립과 인재육성은 성공한 기업가들의 일생의 보람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계속되는 규제가 교육에서 기업가 정신과 발전의 싹을 자르고 명문의 씨를 말려온 것이다.
 우리교육정책은 “잘난 자를 견제하자”는 것이다. 정권의 의도는 첫째, 우수한 학생은 좋은 대학에 갈 수 없게, 둘째, 우수한 고등학교는 발전 못 하게, 셋째, 우수 대학은 우수한 학생을 뽑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3불 정책 중 대입 본고사는 대학이 “수학능력이 있는 재목, 기왕이면 다른 학교보다 좋은 재목”을 뽑아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이것을 막는 것은 기업에게 “필요한 인력이나 일류 자재를 고르지 말고 정부 뜻대로 고용해 일류제품을 만들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피나는 인력경쟁과 자재경쟁이 없는데 어떻게 제품경쟁이 되겠는가.
 미국 대학은 세계최고 수준이지만 정부가 대학정원, 대학입학기준 등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하버드대학이나 6개월짜리 비서학원이나 자유롭게 `칼리지’ 간판을 달 수 있기 때문에 `가짜 대학생’ 따위의 웃기는 말이 없다. 대학은 돈, 가문, SAT, 무엇이든 정부가 아니라 자기 기준에 의해 입학생을 선발한다. 학교는 그들의 교육능력을 고려해 몇 배수의 지원자에게 입학허가서를 보내고 최종으로 이 학교를 선택한 지원자를 모두 수용한다. 금년 입학생이 너무 많았다면 다음해 입학 허가자 수를 줄여 정원을 조정한다. 대학은 졸업자의 질로 경쟁한다. 만약 미국의 대학도 정부가 일일이 통제했다면 한국처럼 됐을 것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했을 때 현지 인사들로부터 어떻게 한국의 반도체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는가 질문 받았다고 한다. 노 대통령이 머뭇거리자 동석했던 고 최종현 선경 회장이 “반도체산업은 새로 나온 산업이라 공무원들이 전혀 몰랐고, 공무원이 반도체정책을 세우지 못하는 동안 발전했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이 에피소드를 전해준 유동길 숭실대 명예교수는 “경제는 정치가가 잠자는 밤이나 공무원이 체육대회를 여는 시간에 성장한다”는 말을 즐겨 한다. 한국 교육은 정치가 잠자고 방치될 때 지금의 퇴행적 행태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교육에서 정부가 손을 떼야한다고 강조했다. 10년간 잃어버린 대한민국의 교육이 이제 제 길을 찾게 될 것 같다.   (www.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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