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환호공원 아파트 토지보상 “종교시설 특수성 무시했다”
  • 신동선기자
포항 환호공원 아파트 토지보상 “종교시설 특수성 무시했다”
  • 신동선기자
  • 승인 2021.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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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정사 “시행사·포항시 단 한차례 설명회 없었다”
5층 사리탑 이전보상 감정평가서 고작 100만원 책정
유무형 불교문화는 금전적 가치로 환산불가 ‘저평가’
신도이탈 마저 우려… 원주민들 “감정평가 다시해야”
경북도민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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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환호근린공원 조성사업 부지 내 종교시설인 사찰 이전과 관련해 이 사업을 시행하는 포항시와 시행사가 무리하게 보상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사찰 측이 감정평가액보다 5배가 많은 무리한 이전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른, 사찰에 대한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감정평가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포항시와 시행사는 해당 사찰이 감정평가보다 훨씬 높은 보상가를 요구해 보상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었다. 또 사업 시행자는 사찰과 이전 보상 문제를 두고 강제수용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사찰인 지장정사(주지 견성스님)는 이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단 한 차례 보상과 관련된 사업 설명회를 포항시와 시행사로부터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지장정사는 애당초 불사를 이전할 생각이 없는데도 사찰 이전에 대한 특수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감정평가가 일방적으로 진행됐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더구나 포항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개발에 따른 사찰 이전 보상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찰 보상을 두고 진행된 이번 감정평가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낳고 있다.



◇ 사찰이전에 대한 특수성 반영 안 돼

지장정사에 따르면, 이전보상을 위한 감정평가에서 사찰 내 5층 사리탑은 감정가 100만원이 책정됐다.

하지만 이 탑은 신도들의 서원을 담은 사경과 발원문이 복장돼 이전에 복잡한 불교의식이 필요한데다, 물리적 해체 작업도 단순하지 않은데도 이 같은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감정을 진행했다는 것.

이 탑은 특수 장비와 인력이 동원돼 이전설치 작업까지 감안 할 때 감정가에 20배에 달하는 2000여 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더해 사찰을 이전할 때 치러지는 이운식 소요비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사찰 이전으로 재적신도이탈도 우려돼 재정적 어려움도 예상되지만 이러한 종교적 특수성 자체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지장정사는 금전적 가치로 환산하기 힘든 유무형의 불교문화 자산을 지닌 정통사찰로 대형불상 등 사찰 이전으로 소실되거나 피해를 입게 될 유산들도 감정평가에서 배제되거나 저평가 됐다는 주장이다.

지역 주민들 역시 지장정사에 대한 감정평가는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이 사업부지 원주민 최모(65)씨는 “지난 감정평가에서도 원주민 보상가가 저평가 돼 주민들이 반발했었다. 이번 평가도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토지보상에서 사찰은 일반인들과 평가를 달리해야 한다. 신도들과의 문제와 이전할 부지를 찾는 문제 등 종교적인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일반 지주들에게 하는 보상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 사업자 협상태도 문제 지적, 사업 시행에 앞서 사찰 이전 대책 마련해야

이번 사업 시행을 두고 사찰과 협상에서 포항시와 시행사에 대한 협상 태도에 대한 비판도 일고 있다.

사업 시행자 측은 이번 사업을 진행하면서 불사에 대한 기존부지 대비 건축물 이전 신축 혹은 보상 등 존치여부를 마련해 이전 계획을 세우고 협상이 이뤄져야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없이 감정평가를 내세워 강제집행으로 치닫고 있어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택지개발 업계에 따르면 종교시설은 일반 지주들에 대한 보상과는 달리 강제수용보다 협의를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사법기관도 종국적으로는 조정에 따른 협의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 이 때문에 사업 시행자는 무리한 사업 추진에 따른 강제집행으로 직행하면 소송비와 공사기일만 늘어나 가급적이면 협의를 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불교계 연합단체는 지난 2019년부터 토지보상법 등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이웃종교계와 연대해 개발에 따른 불사 소요비용과 이운식 등 이전 과정에서의 종교적 특수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관련법 개정을 요구해왔다. 이에 포항 지장정사 이전을 두고 사업 시행자 측에서 밀어붙이기 식으로 강제수용 등의 절차가 진행될 경우 자칫 불교계 전체로 문제가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장정사는 83년 현재 자리를 지켜온 사찰로, 포항시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정월대보름 포항 주민들과 함께 열리는 방생법회 용왕재 등은 이 사찰의 대표적인 행사로 꼽힌다.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 팔공총림동화사 주지스님이었던 석우문중 현오대선사는 현 지장정사 주지인 견성스님의 스승이다.

항간에는 지장정사 큰스님에 대해 동화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소문이 나돌았으나 주지 견성스님은 동자승으로 출가해 과거 동화사 현오대선사의 맏상좌(불교에서 스승의 대를 이을 여러 명의 승려들 중 첫 번째, 즉 장자 격을 말한다)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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