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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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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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은 2000년대 초 초등학교에서는 원주율을 `약 3’으로 가르쳐도 좋다는 교육지침을 한때 채택했다. 3.14는 3보다 외우기 힘들다는 이유에서 학생들의 공부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였다. 원주율이 3이라면 원에 내접하는 정6각형의 둘레도 원지름의 3배인데 그럼 원과 정6각형은 같은 거라고 가르쳐야 하는가. 지침은 곧 철회되었다.
 원주율의 역사는 깊다.  BC 1650년경 이집트 한 수학자는 원의 넓이가 원 지름의 9분의 8을 한 변으로 하는 정사각형 넓이와 비슷하다는 걸 알아냈다. 이로써 얻은 원주율은 3.16049였다. 그 후 아르키메데스는, 원의 둘레는 원에 내접하는 정다각형 둘레보다 크고 외접 정다각형의 그것보다는 작다는 걸 이용하여 3.14를 얻었다. (BC240년) 다시 그 400여년 후 프톨레마이오스가 3.141까지 밝혔다. 소수점 이하 한자리 값을 더 구하는 데 400여년이 흐른 것이다.
 16세기 네덜란드 수학자 루돌프는 원주율 계산에 일생을 바쳤다. 평생 동안 소수점 아래 35자리까지를 계산했다. 그의 묘비에는 이 숫자들이 새겨졌으며 지금도 독일에서는 원주율을 루돌프수라고 한다. 17세기 들어서 여러 원주율 계산공식이 발견돼 1947년에 이르러서는 소수점 이하 808자리까지 밝혀졌다. 그리고 1949년, 마침내 컴퓨터가 소수점 이하 2037자리까지 밝혀냈으며, 최근 것으로는, 2002년 일본 도쿄대학의 연구팀이 수퍼 컴퓨터로 소수점 아래 1조2411억 자리까지 구했다고 한다.
 3월14일. 오늘은 `파이의 날(Pi Day)’. 이날 1시59분(3.14159....)에 원주율 탄생을 축하하는 행사가 세계 곳곳서 열린다. 그런가 하면 오늘은 또 일본 제과회사들이 발렌타인데이와 한 달 시차를 두고 사탕 팔아먹자고 만든 화이트데이라는 이름의 `상술 데이’다. 어린 남녀 학생들은 이 기분에 젖어 끼리끼리 사탕을 선물하는 모양이다. π값 한자리 얻는 데 수백 년을 바쳐온 인류지만 소수점 아랫수쯤이야 버려도좋다(!)는 교육관(敎育觀)도 버젓이 존재한다. 또 그런 교육을 받은 세대는 골치 아픈 π의 신비보다는 애인끼리 사탕을 주고받는 게 훨씬 달콤한 오늘이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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