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하는 원화환율과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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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하는 원화환율과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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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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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태룡/한국은행 포항본부장  

 원유, 구리, 곡물 등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금년 2월중 소비자 물가는 작년 2월에 비해 3.6% 상승함으로써 4개월 연속 3.5%를 넘는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였고, 생활물가는 4.6%, 생산자물가는 6.8%나 상승하여 물가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선기간중 7% 성장을 기치로 내걸었던 새 정부도 각종 물가안정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물가상승이 날개를 얻는 일이 발생하였으니 급등하는 원화환율이 그 주범이다.
 지난 월요일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환율이 1달러당 1029원까지 하루에 32원이나 치솟는 이변이 발생하였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외환당국은 원화환율의 급격한 강세(원·달러환율의 하락)로 인한 수출경쟁력 저하를 걱정해야 했다. 미 달러화의 글로벌 약세기조와 경상수지 흑자,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등으로 원화환율은 지난해 10월말 899원대까지 하락하였다. 원화는 엔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보여 원·엔환율은 작년 7월 744원대까지 떨어졌다. 외환당국이 외화의 자연스러운 해외유출을 유도하기 위하여 고민하던 것이 불과 얼마 전 일이다.
 미 달러화는 원화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통화에 대하여 수년간 줄 곧 약세를 보여 왔었다. 다만, 초저금리국가인 일본에서 자금을 빌려 해외에 투자하는 엔캐리거래로 인해 엔화는 예외적으로 미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국제금융시장을 강타하자 세계주가는 급락하였고, 엔캐리자금이 일본으로 환류되면서 작년 6월 1달러당 123엔대까지 상승하였던 엔화는 지난 월요일에는 장중 96엔대로 초강세를 보였다. 경상수지적자와 경기침체의 위기 속에 미국 달러화가치는 더욱 하락하여 유로화는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면서 1유로당 1.57달러대로 치솟았다.
 이런 와중에 원화는 다른 주요 통화와는 달리 급격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은 2월말 939원에서 3월 17일 1029원으로 약 8.7% 급등하였고 같은 기간 원엔환율도 100엔당 896원에서 1062원으로 15.6%나 급등하였다. 이는 지난 12월이후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지속적인 적자를 보인 이유도 있겠지만 미국의 금융기관 부실우려와 경기침체 가능성으로 세계 주요국가의 주가가 폭락하자 국내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급격히 유출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이렇게 급격히 높아진 원화환율은 수출업체들에게는 희소식이겠지만 많은 부작용도 있다. 환율이 오르면 오른 만큼 당장 외화로 대출받은 사람들은 원리금 부담이 증가하고, 수입업체들은 수입대금을 더 지급해야 한다. 국제시장에서 원유가격이 오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원화환율이 상승하면 원유가격이 그만큼 오르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2월중 수입물가는 원유 및 곡물 등 원자재를 중심으로 전년 동월대비 22.2%나 상승하였다. 이와 같은 수입물가의 상승이 원화가치의 하락으로 더욱 더 물가를 자극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인플레이션은 산불처럼 한 번 불 붙으면 끄기가 어렵고 점점 확산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당국이 대책을 마련하는 동안 국민 개개인은 당분간 자동차를 덜 타고,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사재기를 줄이는 등 주변에 불안심리를 자극하지 않도록 행동함으로써 물가불안 해소에 일조할 수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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