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50년 철강기술 산실 ‘1제강공장’
  • 이진수기자
포스코 50년 철강기술 산실 ‘1제강공장’
  • 이진수기자
  • 승인 2023.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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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포항제철소 1기 종합 준공 50주년
국내 첫 일관제철소 건립 완성
전체 조강생산량 단숨에 2배↑
누계 생산량 약 9500만t 달성
명예 이면엔 ‘소형공장’ 꼬리표
2년간 가동중단 위기 극복하고
신기술 테스트 전담 공장 변신
포스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 1호 전로에서 산소 취련 작업을 하는 모습.
포스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이 올해 50년을 맞았다. 1제강공장 앞에 PosMC를 활용해 처음 생산한 극후물 반제품이 세워져있다. 제품은 폭 1.8m, 두께 0.7m, 높이 10m에 무게는 100t에 육박한다. 왼쪽부터 1제강공장에 근무하는 신창근 과장, 장태현 과장.

‘1제강공장의 기술발전이 곧 대한민국 제철기술의 발전입니다. 그만큼 선배들의 땀 흘린 노력이 많았던 것으로, 이는 지금까지 내려오는 1제강공장 직원들의 자부심입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3일 1기 공장 종합준공 50주년을 맞은 가운데 포스코 기술력의 산실이라 불리는 1제강공장도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

포항제철소 1기 공장들은 약 1년에 걸쳐 하나씩 준공이 됐다.

지난 1972년 후판공장, 열연공장이 먼저 준공돼 제품을 생산했으며, 이어 1973년 6월 9일 쇳물을 만드는 ‘고로’의 불이 켜졌다.

첫 쇳물의 감격에 이어 같은 해 6월 15일 오후 2시 43분, 1제강공장의 1호 전로에서 취련의 불꽃이 솟구쳐 올랐다.

1제강공장 준공으로 포항제철소는 비로소 국내 최초 일관제철소 건립을 완성할 수 있었다.

1제강공장이 준공되기 직전인 1972년 우리나라 전체 조강생산량은 58만t 수준에 불과했으나 1제강공장이 준공되면서 단 숨에 2배 수준인 103만t의 조강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이후 현재까지 1제강공장에서 생산한 총 조강생산량은 약 9500만t으로, 이는 서울 롯데월드타워 2000개를 건설할 수 있는 물량이다.

제강공정은 쇳물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성분을 조정하는 제철소의 핵심 공정으로 ‘일관제철소의 꽃’이라 불린다.

특히 긴 역사와 함께 지금까지 한국경제를 이끈 견인차 역할을 해 온 1제강공장 직원들의 자부심은 상당하다.

이곳에서 45년째 근무하고 있는 장태현 과장은 “1제강공장은 대한민국 최초로 전로를 도입해 철강을 생산한 공장으로 가동 초기에 조업 정상화를 위해 선배들이 많은 노력을 했다”며 “1제강공장의 기술발전이 곧 대한민국 제철기술의 발전이며, 1제강공장 만의 남다른 조직력은 50년 역사의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1제강공장만의 조직력의 발단은 1977년 4월 24일 발생한 용선 유출 사고로 거슬려 올라간다.

130여t의 쇳물이 전로 밖으로 쏟아진 이 사고는 포스코 역사상 가장 큰 사고로 꼽힌다.

장 과장은 “당시 일본 전문가들은 복구에 최소 반년 이상 걸린다고 했지만 1제강공장이 멈추면 제철소가 멈추기 때문에 직원들이 전원 삭발까지 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한달 만에 복구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사고가 발생한 4월 24일을 안전의 날로 선포하는 등 당시를 회상하며 직원들의 안전의식을 고취시키고 있다.


조직력과 위기극복 DNA는 지난해 9월 태풍으로 제철소가 사상 초유의 수해 피해를 입었을 때도 발현돼 신속하게 공장을 복구했다.

장 과장은 “1977년을 시작으로 위기를 극복해 온 경험으로 만들어진 강한 조직력이 있었기에 수해 복구를 신속히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1기 공장이라는 명예의 이면에는 ‘노후공장’, ‘소형공장’이라는 꼬리표가 늘 함께했다.

포항제철소의 역사와 함께하며 수십 년 핵심 공장으로 활약했지만, 조강생산량은 후속 공장인 2, 3제강공장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결국 2011년에는 공장 폐쇄 결정이 내려지며 2년 간 가동을 멈추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1제강공장은 ‘차별화’로 위기를 타개했다. 소형공장인 점을 활용해 긴급 생산이나 신기술 테스트를 전담하는 공장으로 입지를 확보한 것이다.

이곳에서 시험 생산을 거쳐 탄생한 신제품은 2, 3제강공장에서 대량생산됐다. 폐쇄 위기의 공장이 오히려 신강종 양산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강종들은 우리생활 곳곳에 깊숙이 들어가 있다. 1980년대 자동차산업 부흥기에는 타이어코드, 자동차 엔진밸브용 제품이 1제강공장에서 탄생했으며, 그 후에도 철도, 장갑차, 해양 파이프용 제품과 전기강판 등이 개발됐다.

지금도 1제강공장은 가장 작은 제품인 선재부터 세계 최대 두께의 후판용 슬라브까지 생산하며 포항제철소 생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38년을 1제강공장에서 근무한 신창근 과장은 “우리 공장은 작지만 1제강공장 출신이 2, 3제강공장을 세웠고, 광양제철소도 일으켰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1제강공장에서 길러낸 수많은 인재들과 제강 신기술이 포스코 발전의 초석”이라고 말했다.

신 과장은 “급변하는 산업의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한 것이 1제강공장이 아직까지 가동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이다고 말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50년이 지난 현재 조강생산능력이 1770만t으로 1기 공장 가동 시기에 비해 17배 이상 증대됐다.

포항제철소는 또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국내 공장 최초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등대공장’에 선정되는 등 글로벌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등대공장은 어두운 밤에 등대가 길을 안내하듯,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적용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이끄는 공장을 뜻한다.

포스코의 기술력이 세계적이다는 것을 단적으로 상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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