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 위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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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 위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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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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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배우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일본에서 1996년에 개봉된 영화 제목(Shall We Dance)이다. 발레나 디스코가 아니라 ‘단스(dance)’, 즉 왈츠, 차차차 같은 사교춤 영화다.

사교춤은 남녀가 같이 추고 또 몸을 밀착하다 보니 인식이 야릇한 면이 있다. 이 영화는 전혀 그렇지 않다. 등장 인물부터 그런 꿈을 깨게 만든다. 나는 이 영화에서 댄스보다는 ‘자세’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회사의 경리 과장인 스기야마는 회사와 집만 오가며 딸을 하나 둔 성실한 회사원이다. 그 성실성 덕에 비교적 일찍 정원이 딸린 집도 마련했다. 어느 날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 댄스 교실 창가에 서 있는 학(鶴)과 같은 여자를 발견한다.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는 주인공. 급기야 부끄럼을 무릅쓰고 댄스 교실에 등록을 한다.

영화의 줄거리가 그렇듯이 약간의 불순한 마음을 품고 댄스 교실에 등록했지만 스기야마는 이제 여자 주인공이 아닌 댄스 자체의 매력에 빠진다. 댄스 교실의 동료들을 봐도 불륜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마음의 상처를 댄스를 통해서 푸는 사람들이었다.

처음에는 스텝 하나도 제대로 밟지 못하는 스기야마였지만 퇴근 길에 공터에서 혼자 열정적으로 노력한다. 오롯이 몰입하게 되는 댄스의 매력에 빠진 것이다. 이야기는 대충 이러쿵저러쿵 전개된다.

내가 눈 여겨 본 것은 다른 데 있다. 댄스를 배울 때 먼저 스텝을 가르친다. 스텝은 모든 것의 근본이 된다. 검도를 배울 때도 처음에 전후좌우 스텝을 배운다. 몸을 이동시킬 때 다리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자연스레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져야 한다.

댄스 스텝을 배울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개를 숙이지 않는 것이다. 남녀가 같이 스텝을 밟을 때 혹시 상대방 발을 밟지 않을까 걱정 되어 발을 보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상대방의 눈을 보지도 않을뿐더러 자세가 엉망이 된다. 고개를 좀 숙인 게 뭔 대수냐고 할 수 있지만, 옆에서 보면 고개를 세운 것과 구부정하게 한 자세는 하늘과 땅 차이다.

영화 속 여자 주인공의 매력은 자세에 있다. 항상 가슴을 펴고 머리를 똑 바로 한 채로 몸을 움직인다. 그 동작이 몸에 익은 것이다. 똑 바른 자세가 여자 주인공을 우아하게 만들어준다.

실제로 여자 주인공은 발레리나였다가 이 영화에 캐스팅되었다. 그러다 대박이 난 것이다. 감독과 결혼했고 이후 발레리나를 그만 두고 배우가 되어 남편이 감독하는 영화에 출연했다. 감독은 아마 여자 주인공의 얼굴뿐만 아니라 우아한 자세에 반했을 것이다.

걸음걸이와 자세는 어떻게 보면 얼굴 못지 않게 중요한 매력 포인트임을 알 수 있다.

남자 주인공은 공터에서 혼자 연습할 때 도구를 챙겨간다. 십자 모양으로 된 것을 등에 착용한다. 세로축은 머리부터 허리까지, 가로축은 좌우 어깨까지 이어지는 모양으로 이를 마치 지게를 지듯이 등에 단단하게 밀착해서 착용하는 것이다.

아래 사진은 영화의 그 장면을 캡처한 것이다. 이 장비를 착용한 채로 상대방을 상상하면서 스텝을 밟는 연습을 한다. 이 장비는 몸을 움직일 때 등과 가슴, 그리고 허리가 자연스레 펴지게 해준다. 댄스를 할 때 보면 구부정한 것과 힘 있게 가슴을 편 모습은 미추(美醜)의 경계를 결정할 정도다. ‘자세가 바르면 몸도 우아하다.’ 이 영화에서 얻은 교훈이다.

거리를 걷다 보면 나이 든 사람과 젊은 사람은 걸음걸이에서 표시 난다. 나이 든 사람은 걸음이 늦고, 보폭이 좁고, 발이 팔자로 움직이고, 무엇보다 대부분 어깨가 구부정하고 시선은 가까운 땅을 보고 있다. 이를 고치려면 보폭을 10cm 늘리면 된다.

보폭이 넓어지면서 걸음이 빨라진다. 부담이 되면 5cm만 보폭을 늘려도 온 몸의 근육이 반응을 다르게 한다. 편한 걸음만 걷다가는 근육도 게을러진다. 근육을 유지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단백질 등) 우리 몸은 근육을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시켜 버린다.

그러면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천천히 걷다가 근육이 소실되고, 근육이 소실되다 보니 힘이 없어 천천히 걷게 되고, 그러다 보니 근육은 다시 빠지는 것이다. 허벅지의 장(長)근육이 가늘어지는 이유다.

이 영화를 보고 나의 걸음걸이에 하나를 추가했다. 걷는 자세다. 구부정한 모습으로 걷는 게 아니라 머리를 하늘에서 누가 잡아 당긴다는 생각으로 똑 바로 세우고 가슴과 등을 활짝 편 자세로 걷는 것이다. 주인공 스기야마가 댄스 연습을 할 때의 자세처럼 걷는다. 자연스레 배에도 힘이 들어간다. 한 번 걸어 보시라. 걸음걸이가 힘 찰 뿐만 아니라 에너지가 생긴다.

보폭을 10㎝만 넓게 걸어도 건강해진다는 연구가 있다. 여기에 고개를 세우고 등과 가슴을 편 자세를 더하면 금상첨화다. 주인공 스기야마가 착용한 도구는 없지만 그런 도구를 착용하고 있다는 느낌으로 걸으면 된다. 걸음걸이를 젊게 해야 한다. 보폭을 5cm만 늘려서 댄스의 자세로 한 번 걸어 보길 권한다. 쉘 위 댄스, 쉘 위 워크(Shall We Walk)!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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