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최측근 박지원 비서실장이 출마한 전남 목포에서 박 후보에 이어 2~3위를 달리던 통합민주당 정영식 후보와 무소속 이상열 후보가 후보를 정 후보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이들은 단일화 명분을 “목포 시민들이 동교동 세습정치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묵과해서는 안된다”는 데서 찾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입김에서 벗어나려는 호남의 간절한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과연 호남의 탈(脫) DJ가 성공할지 주목된다.
광주-전남에서 불고 있는 `DJ 극복’ 움직임은 만만치 않다. 김 전 대통령의 복심(腹心)-박지원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민주당과 무소속 후보가 손잡은 것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또 김 전 대통령 차남 김홍업 의원이 전남 무안-신안에서 2등으로 밀리는 것도 그렇다. 특히 김홍업 후보를 위해 모친인 이희호 여사가 휠체어를 타고 울며 불며 지역을 누비는데도 표심이 여간해선 움직이지 않는다는 보도다. 광주 북구갑에 무소속 출마한 동교동 핵심 한화갑 후보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DJ 수족’들의 선거구호도 시대착오적이다. 박 후보는 “나의 당선은 DJ의 명예회복”이라고 주장하고, 김홍업 후보도 “총선에서 이겨 아버님이 만든 민주당을 바로 잡겠다”고 주장한다. `DJ’를 빼면 존재하지 않는다. 김 후보는 입만 열면 “아버지” “어머니”다. 김 전 대통령도 “민주당 지도부가 두 사람 공천을 내락했다”거나, “민주당 공천이 잘못됐다”고 거들고 있다. 그건 국회의원 권력을 대대로 세습하겠다는 욕심이다.
영남과 충청에선 김영삼-김종필 두 김씨의 색깔이 많이 빠졌다. 두 김씨가 한나라당 공천에 관해 불만을 토로하는 이유가 여기있다. 그렇다고 두 김씨 핵심 측근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도 아니다. 부산의 김무성 후보는 YS 직계지만 친 박근혜 후보로 봐야 한다. 무엇보다 YS 아들 현철 씨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하자 출마를 포기하지 않았는가. DJ 아들처럼 두꺼운 얼굴로 “명예회복” 운운하지도 않았다.
DJ는 자연수명으로 보아 현실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다. 더구나 박지원-김홍업 두 후보는 비리로 얼룩진 측근들이다. 오죽하면 민주당이 DJ를 외면하고 이들의 공천을 거부했겠는가. DJ가 끝까지 호남을 자신의 수중에서 놓치 않겠다면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는 수밖에 없다. `DJ 호주머니’ 신세를 면하는 것은 전적으로 호남 주민들이 선택할 문제다. 전국민이 호남을, 특히 목포와 그 주변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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