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거리 식민지’-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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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 식민지’-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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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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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호/변호사·조선대법대 겸임교수
 
  `먹을거리 식민지 일본’이라는 책이 지난달 일본에서 나왔다. 일본 유명 저널리스트인 아오누마 요이치로는 먹을거리 자급률이 불과 39%로, 미국이나 중국에서 먹을거리를 수입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일본을 그렇게 불렀다. 그는 먹을거리 식민지에선 먹을거리의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다고 썼다. 그는 미국의 광우병통제 정책의 허상을 지적하면서, 미국이 일본에게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을 요구하는 것의 심각성을 페리 제독의 일본 개국 압력에 필적하는 `재개국 요구’라 불렀다.
 아오누마의 용어를 빌려 말하자면, 우리는 지금 일본보다 더한 `먹을거리 식민지’에 살고 있다. 적어도 일본이라면, 길이 3㎜의 소 뼈 조각까지도 수입 금지하던 광우병 안전 기준을 하루아침에 소의 뇌와 척수까지 안전하다는 것으로 바꾸는 짓은 하지 않는다. 
 일본은 미국과 협의에서 미국에 요구했다. 광우병 검역 기준을 완화해도 좋을 만큼 미국 정부가 광우병 관리를 개선했는지 미국의 광우병 위험성이 낮아졌는지 알아야 하겠다고 했다.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제출받았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이를 분석했고, 미국에게 추가 자료를 요구했다. 애초 작년 9월말에 예정된 보고서 발간은 늦어졌다. 미국이 송아지 나이(월령) 기준 철폐를 요구하자, 일본은 안전을 증명할 미국 측 데이터가 불충분하다고 맞섰다. 일본과 미국의 협의는 결론을 내지 못하게 되었다.
 왜 미국은 일본보다 한국과 협의를 우선시했을까? 광우병이 발생하기 전인 2003년, 미국은 일본에 37만5000t의 쇠고기를 수출했다. 이는 한국으로 수출된 것보다 무려 13만t이나 많았다. 미국 전략은 한국을 항복시켜, 일본을 압박하는 것이다.
 물론 미국에게도 큰 위기가 있었다. 올 2월 미국에서 주저앉은 소 강제 도축 사건과 쇠고기 회수 사태가 발생했다. 미국의 광우병 관리 실태가 온 세계에 폭로되었다. 미국은 크게 낭패했다. 설상가상, 한 차례도 외국에 나간 적이 없는 미국인이 `인간광우병(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 vCJD) 의심 증세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런 절망적 상황에서도, 미국은 한국의 검역 기준을 완전히 발가벗겼다. 이제 더 이상 미국의 축산업자는 한국으로 수출할 별도의 작업 라인 설치에 돈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들은 참으로 자유롭게 되었다. 아무리 늙은 소라 하더라도, 그 갈비를 한국에 완전히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을 항복시켜 일본을 압박하려는 미국의 전략은 완전히 성공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토요일 한국의 검역 기준 완화가 미국에게는 일본과의 교섭에서 큰 협상 카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므로 아오누마의 말처럼 일본이 먹을거리 식민지라면, 한국은 식민지보다 못한 존재이다. 먹을거리 종주국이 큰 먹을거리 식민지를 다루는 데 사용하는 불쏘시개 먹을거리 식민지이다.
 우리는 광우병 위험 정보를 충분히 알고서 선택을 할 수 있는가? 정부는 철저히 정보를 통제하고 있다. 미국 현지 방문 조사 결과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부 스스로 안전 기준으로 설정한 송아지 나이(월령) 판정 기준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송아지와 함께 사는 무리들의 나이 서류까지 요구하는 일본에서도 지난 2월 나이 불명의 미국산 쇠고기가 발견된 사태가 발생했다. 해당 송아지의 정확한 나이는 끝내 밝힐 수 없었다.
 내가 말하려는 건 결코 광우병 공포가 아니다. 우리가 우리 운명을 결정하고 선택할 수 없다면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안전하게 먹을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삶을 존엄한 삶이라 할 수 없다.
 국회는 적어도 보건복지부 지침대로, 소의 뇌와 척수를 수입금지 대상으로 규정하라. 미국에서 소가 사육될 때부터 한국의 식탁에서 소비될 때까지를 일관하여 관리할 수 있는 통합적 안전성 체제를 규정하라. 인간 광우병 의심 판정과 부검에 이르는 방역대책을 규정하라. 국내 축산의 광우병 관리 정책을 규정하라. 그럴 때, 아무도 한국을 먹을거리 식민지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아오누마의 먹을거리 식민지 일본은 일본만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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