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계절의 여왕이고 장미의 계절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서양 시인은 하필이면 병든 장미를 시제 삼았을까. 하기야 김영랑(金永郞)의 `두견과 종다리’엔 이런 대목도 나온다.“5월은 두견을 울게하고 꾀꼬리를 미치게 하는 재앙달. 더러는 사람으로 하여금 과한 탈선도 하게 하지 않는가.” 내로라하는 동서양의 `글쟁이’들이 5월이면 희망과 사랑을 노래한 데 견주면 보는 눈이 색다르다 싶기도하다.
가정법이 필요하다. 만일 이들이 한국의 오늘을 보고 있다면 그들의 글에 무슨 말을 덧댈 수 있을까. 들리느니 역겨운 소리 뿐이다. 대구에선 초등학생 성폭력사건이 일어났다. `광우병 괴담’을 항의하는 서울의 촛불시위는 대구까지 옮아붙었다. 김제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는 결국 대구를 거쳐 경북도내 곳곳에 재앙을 퍼뜨리고 있다. 축복 속에 출범한 새 정부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꼬이기 시작한 것인가. 국가지도자의 유머가 언제부터인가 사라지고 있다고 보도됐다.
온나라가 시끄럽고 우울한 소식뿐이니 그럴 밖에 없겠다. 5월의 초입이지만 5월의 특허인 희망가는 어느 곳에서도 들을 수 없을 것만 같아 안타깝다. 또 한 대목을 인용해본다. “만일 우리가 행복을 반대어로 정의하려 한다면 `비애’와 대비해서는 안되고 `우울’과 대비해 정의해야 할 것이다.” <E.프롬/건전한 사회>
결국 한국의 5월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두 달을 갓 넘긴 새 정부의 현주소다. 하기야 `밀월 6개월’은 서양 언론과 새 정부의 관행이다. 좋아보이는 이 관행을 이식할 여유조차 우리에겐 없으니 이 또한 우울하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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