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영화 감독의`페르소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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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영화 감독의`페르소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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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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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정진영·장진-정재영 등 `단짝’ 이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단원들에게 특정 분위기의 연주를 요구할 수는 있지만 직접 악기를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영화 현장에서 전권을 쥔 영화 감독 역시 마찬가지. 간혹 주연을 겸하는 감독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원하는 연기를 배우들로부터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작품 세계를 구축한 감독들은 자신의 속뜻을 가장 잘 파악하고 표현해내는 단짝 배우 한 명 쯤은 있다. 이런 배우를 연극배우의 가면에서 비롯된 말 `페르소나(Persona)’라고 부른다.

 ◇“배우이기 이전에 동지” = 감독들은 “그저 기용하는 배우를 넘어서 인생의 동지”라고 치켜세우고 배우들은 “기본적인 믿음이 있다”고 말한다.
 이준익 감독의 페르소나는 정진영이다. 정진영은 이 감독이 제작한 영화 `달마야 놀자’로 만난 이후 이 감독 연출작 `황산벌’, `왕의 남자’, `즐거운 인생’에서 주연을 도맡았다.
 신작 `님은 먼곳에’는 수애가 단독 주연이라는 인상을 주지만 정진영은 조연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주요 배역이다. 순이(수애)가 이상화ㆍ신격화한 구원의 여성이라면 정만(정진영)은 현실에 단단히 뿌리를 내린 살아있는 인물이다.
 이준익 감독은 최근 제작보고회에서 정진영을 “배우이기 이전에 뜻을 같이 하는 동지”라고 불렀으며 정진영은 “나를 어떤 여정에 데려갈까 늘 궁금해지는 감독”이라고 설명했다.
 장진 감독 하면 배우 정재영이 떠오른다. 장 감독의 여러 작품에는 외롭고 평범한 인물 동치성이 등장하는데 `아는 여자’, `거룩한 계보’에서 동치성 역을 맡은 것이 바로 정재영. 연극판에서 동치성이라는 이름이었던 `웰컴 투 동막골’의 리수화 역시 정재영이 연기했다.
 장 감독이 제작을 맡은 라희찬 감독의 `바르게 살자’와 각본을 맡은 강우석 감독의 `강철중:공공의 적1-1’에서도 정재영은 주연을 맡았다.
 정재영은 `바르게 살자’ 당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무조건 하는 건 아니고, 90%는 다른 작품과 똑같이 판단하고 10%는 서로 좋아하고 익숙하니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심정으로 하는 것”이라며 “처음 `바르게 살자’ 시나리오를 받아 봤을 때는 출연을 고사했다”고 말했다.
 `충무로의 맏형’ 강우석 감독에게는 설경구가 있다. `공공의 적’ 1~3편, `실미도’ 등 강 감독의 주요 작품에서는 빠짐없이 주연을 맡았다.
 설경구 역시 인터뷰에서 `공공의 적’ 4편이 만들어진다면 또 하겠느냐고 묻자 “더 보여줄 게 있을지, 공감대를 이룰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강우석 감독님한테 달린 일”이라고 말했다.
 ◇예전에도 있었고, 외국에도 많다 = 예전 한국영화에도 명감독의 페르소나는 있었다.
 1960~1970년대 `하녀’, `충녀’ 등 다른 영화에서 보기 드문 강렬한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낸 김기영 감독에게는 이화시와 윤여정이라는 두 페르소나가 있었다. 윤여정은 `화녀’, `충녀’, `죽어도 좋은 경험’에 출연했고 이화시는 `흙’, `혈육애’, `이어도’, `반금련’ 등에서 주연을 맡았다.
 이화시는 최근 열린 김기영 감독 10주기 기념전에서 “김 감독님은 마음에 이미 그려둔 여성 캐릭터가 있는데 우리 여배우들을 잠깐 빌려 표현했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다”고 말했다.
 1980년대를 풍미했던 배창호 감독의 작품에는 이제는 `국민 배우’가 된 안성기가 단골이었다. `고래사냥’,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깊고 푸른 밤’, `황진이’, `기쁜 우리 젊은 날’ 등이 있다.  할리우드에서는 팀 버튼 감독과 조니 뎁의 관계를 빼놓을 수 없다. '가위손'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이들은 공포영화 '슬리피 할로우', 가족 판타지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호흡을 맞췄다. 지난해 뮤지컬 영화 '스위니 토드-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에서의 광기어린 연기로 조니 뎁은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안았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에게는 2명의 페르소나가 있다. 로버트 드 니로는 '비열한 거리', '코미디의 왕', '택시 드라이버', '뉴욕 뉴욕', '분노의 주먹', '좋은 친구들' 등 1970~1990년대 스코세이지 영화에 줄줄이 출연했다.
 2000년대 들어 스코세이지 감독은 아이돌 스타의 이미지가 강했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를 배우로 재발견했다. 시대극 '갱스 오브 뉴욕'과 '에비에이터', 누아르 '디파티드'에서 디캐프리오의 묵직한 연기는 호평을 얻었다.
 프랑스 레오 카락스 감독의 드니 라방도 빼놓을 수 없다. 라방은 1980년대 '소년, 소녀를 만나다', '나쁜 피', '퐁네프의 연인들'에서 주인공 알렉스를 맡았고 17년 만인 올해 옴니버스물 '도쿄!'로 카락스 감독과 재회했다.
 그는 올 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의외로 "카락스 감독은 자신을 투영한 인물을 만들고 나는 그 인물을 연기할 뿐이었다"며 "우정은 이제야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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