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뒤 세상의 평가를 더 겁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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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뒤 세상의 평가를 더 겁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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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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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문화평론가
 
-모차르트냐 살리에르냐
 
 `아마데우스’는 아카데미상 8개 부문과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휩쓸 정도로 많은 상을 받았지만, 잘못된 인식을 조장한 작품이다. 그 예가 살리에르 증후군이다.  살리에르 증후군은 살리에르가 모차르트를 향해 가지고 있었던 열등감을 가리킨다. 별 노력을 하지 않아도 뛰어난 작품을 쓰는 모차르트에 비해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작품을 창작할 수 없는 살리에르의 이미지 때문에 천재에 대한 열등감을 살리에르 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겼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1인자에 대한 2인자의 열패감을 뜻하기도 한다.
 실제로 모차르트는 4살 때 협주곡, 7살때 교향곡, 그리고 12살 때 오페라를 작곡했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르는 이렇게 절규한다. “신이여! 당신은 오만하고 방자한 그를 도구로 삼으시려고, 천재적 재능을 주시고, 저에게는 단지 천재를 알아 볼 수 있는 능력만 주셨습니까?”
 살리에르는 그렇게 우러르던 신을 증오하기에 이른다. 요컨대, 그가 어린 시절부터 전적으로 의지했던 신을 부정하는 것은 모차르트 때문이고 영화는 초반부터 천재 모차르트에 대한 시기와 질투로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살리에르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다.
 하지만 살리에르에 관해 잘못 알려진 사실도 많다. `아마데우스’는 모차르트 독살설이라는 하나의 가설에 따라 만들어진 작품이다. 모차르트는 살리에르와 관계없이 장티푸스에 걸려 사망했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한다. 물론 살리에르가 죽였다는 증거도, 그렇지 않다는 증거도 없다.
 더구나 살리에르가 음악 재능이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 살리에르는 궁정 소속 작곡가로 1788년 궁정악장이 될만큼 음악 역량은 있었다. 하이든의 중요한 2개의 오라토리오를 지휘했다는 말도 있다. 또 열패감에 휩싸인 못난이가 아니라 인격이 더 나은 인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가난한 작곡가들을 도와주었으며, 특히 베토벤이 성악 지도를 해줄 사람을 찾을 때 살리에르가 적극 나서기도 했다. 베토벤의 스승이라는 말도 있다. 무엇보다 살리에르가 모차르트를 증오하게 된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모차르트는 방탕하고 별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명성을 누린 인물로 전제된다. 모차르트가 살리에르의 약혼녀를 가로채고, 오만 방탕한 생활을 반복하면서도 명성을 얻는 것을 보고 과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몇사람이나 될까. 이 때문에 살리에르는 천재적 재능을 모차르트에게 준 신을 원망하고 모차르트를 증오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을 전적으로 숭앙했던 살리에르가 신을 증오하게 된 이유는 바로 불합리함과 불공정함이다. 도덕적 윤리적으로 문제가 많은 모차르트는 신이 부여한 재능으로 좋은 작품을 쓰지만, 신의 말씀을 잘 따른 이들은 그것을 넘지 못한다. 온갖 말썽을 다 부리는 아이가 일등하고 열심히 노력하고 성실하게 사는 아이가 그에 뒤질 때 드는 느낌도 이와 같을 것이다.
 모차르트가 인성 면에서 문제가 많아서였는지, 그의 말년은 매우 비참했다. 장례식은 초라했고, 무덤은 어디 있는지 확실하지 않아 그의 유골은 찾을 수도 없다. 그러한 면에서 보면 살리에르에게 불공평한 일만은 아닐 수 있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가 강대한 제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한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시스템이라고 했다. 로마에는 한니발과 같은 뛰어난 장수가 없었지만, 결국 한니발을 이긴 것은 2인자 장수들의 협력과 조화를 가능하게 한 시스템이었다. 모차르트와 같이 뛰어난 1인의 천재적 역량이 효과를 발휘하는 영역은 예술에서 두드러진다. 하지만 많은 분야에서는 그렇지 않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들이 많아도 대개 한 사람의  천재적 역할보다 많은 사람들의 유기적인  조화와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그러한 면에서는 살리에르가 낫다. 살리에르는 열등감에 찌든 존재라는 관점에서 벗어나보면 그는 혼자 활동한 모차르트와는 달리 궁중악장으로 유기적인 조직화를 이루어낸 사람이기 때문이다. 21세기에는 오히려 살리에르같은 인물이 여러 모차르트들을 네트워크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공교롭게도 영화 `아마데우스’를 통해 상을 받은 것은 모차르트가 아니다. 제42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1985), 제10회 LA 비평가 협회상(1984), 제5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1985)등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살리에르역을 맡았던 F. 머레이 에이브라함이었다.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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