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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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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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북반구에서는 지표면에 내려 꽂히는 태양빛의 각도가 직각이거나 직각에 가장 가까운 시기가 하지(夏至)다. 그렇다면 북반구에서 햇살이 가장 따갑고 기온이 높은 시기도 하지 무렵이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기온이 가장 높고 무더운 여름은 그 한 달쯤 뒤다. 하지 무렵에 데워진 대양의 바닷물이 지구 기후에 영향을 미치기까지에는 근 한 달 가까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 본격적 무더위가 삼복더위다.
 삼복(三伏)은 속절(俗節) 초·중·말복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복이 드는 날은 정해져 있다. 초복은 하지 이후 세 번째 돌아오는 천간(天干)상의 경일(庚日)이며, 중복은 하지 후 네 번째 경일이니, 초복으로부터 정확히 열흘 뒤에 들게 돼 있다. 그런데 말복은 같은 경일이긴 하지만, 그 기산(起算)점을 초 중복과 같이 하지로 삼지 않고 입추로 삼는다. 입추 후 첫 번째 드는 경일이 곧 말복인 것이다. 이 때문에 중복과 말복 사이는 열흘간이 아닌, 스무날 차이가 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를 월복(越伏)이라 하고, 월복이 드는 해는 여름이 한 열흘쯤 더 있는 기분을 사람들이 느끼게 된다.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이란 책에서 복날은 `서기제복(暑氣制伏)’이라 하여 `더운 여름을 제압하여 굴복시킨다’는 뜻으로 풀고 있다. 원래 중국의 속절인데, 조선 후기에 간행된 동국세시기에 `삼복날이 되면 성 4대문 안에서는 개를 잡아 충재(蟲災)를 방지하였다’는 대목이 보인다. 이(?) 벼룩 빈대 따위가 개의 모피 속에 많이 숨어 있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는 상징적 행동으로 개를 잡았다는 말이다.
 어제는 입추가 달력에서 가을을 세우더니 하루 뒤 베이징올림픽의 팡파르가 중국하늘에 울려 퍼질 오늘 8일은 말복이다. 그럴싸 그러한지 더위도 한풀 꺾인 것 같다. 유난히 일찍 닥친 더위인지라 한시 빨리 더위 물러가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월복 아닌 올해의 말복은 그나마 위안이다. 아직은 덥지만 올림픽 게임에 빠져 한 보름 보내고 나면 처서가 돌아온다. 완연한 가을빛을 영탄할 날도 멀지 않았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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