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폐쇄 (山門閉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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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폐쇄 (山門閉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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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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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윤환/칼럼니스트
 
 불교계가 참다못해 산문폐쇄 (山門閉鎖)를 꺼내 들었다. 산문폐쇄란 전국 사찰의 문을 걸어 잠그고 외부의 출입을 통제하는 것을 말한다. 절이 세속의 처사가 마음에 들지않아 행동으로 항의하는 것이다.
 산문을 폐쇄하면 사찰 소유의 땅으로 국립공원이 되어 있는 산들에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니 일반 등산객들에게 불편을 줄지는 모르지만 불교계로서는 항의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긴하다. 그러니 산문폐쇄는 절이 세속, 정부권력 등에 항의하는 거의 마지막 실력행사다.
 이명박 대통령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최근 공식회의에서 일부 자치단체와 정부 부서의 불교계 홀대 사실을 비난하고 시정을 촉구했다. 불교계 인사들을 만나보니 불교계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물만이 도를 넘었고, 서둘러 불을 끄지 않으면 종교전쟁이라도 일어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꼈는지 모른다. 얼마나 급했으면 인턴사원을 뽑지도 않은 서울 송파구를 지칭해 “인턴을 뽑는 데까지 종교 편향성을 보였다”고 오발을 했을까.
 이 의원 지적처럼 불교계는 지금 부글부글 끓고 있다. 문제는 불교계의 반발이 전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불교 홀대 또는 교회 편애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보자 <불교닷컴>에 따르면, 국토해양부가 운영하는 국가지리정보유통망(www.ngic.go.kr)에서도 사찰을 홀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지리정보망은 1:1000의 축적을 메인서비스로 제공하면서 단계별로 확대하면 세부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돼 있다. 사찰과 교회, 성당 등 종교시설도 모두 표기돼 있다. 그러나 메인서비스에서 3단계 확대화면인 1:379 축적에서는 사찰은 보이지 않고 교회만 보인다. 4단계인 1:265에서도 교회만 보인다. 7단계인 1:91 축적으로 확대해야만 가능하다. 교회보다 4번을 더 확대해야 사찰 검색이 가능한 것이다. 게다가 단계를 높여 확대할수록 교회는 더 많아진다. 결국 같은 종교시설임에도 교회는 우선순위를 높게 책정하고 사찰은 물먹인 결과다.
 교육과학기술부도 교육지리정보서비스에서 사찰 정보를 누락시켰다. 그래놓고도 “소규모 사찰은 정보가 부족해 누락됐다”는 황당한 면피성 거짓 해명으로 일관했다. 교과부 해명에 불교계는 격노하고 있다. 교과부 교육지리정보서비스에서 누락된 절에는 천년고찰인 경주 불국사를 비롯해 서울 조계사, 봉은사, 화성 용주사, 남양주 봉선사 등 교구본사급 사찰들이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육과학부의 눈에는 이들 절이 `소규모 사찰’로 보였다는 결론이다. 조계사 중진스님은 “천년고찰이나 문화재로 지정된 전통사찰들을 소규모 사찰 운운하는 것은 현 정권의 저급한 불교 인식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심히 불쾌하다”며 분노를 참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의도성`이다. 국가지리정보망 제작업체는 사찰명이 누락된 `알고가’와 `교육지리정보서비스’를 제작한 문제의 (주)한국공간정보통신이다. 불교닷컴은 “이는 운영주체인 국토해양부와 제작업체인 한국공간정보통신이 수도권 대중교통이용정보시스템 `알고가’와 `교육지리정보서비스’에서 사찰이 누락된 뒤 내놓은 해명과는 배치돼 고의성 의혹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처음부터 정부 부서들과 업체가 고의적으로 사찰명을 누락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불교닷컴은 “인물검색 결과 이 회사 대표 김 모씨는 경북 경주출신으로 종교는 천주교로 나타났고, 이 회사의 부사장 가운데 한 명은 이명박대통령직인수위원회 상임고문을 지냈다”고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불교계는 1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범불교계 대표자들이 참석하는 `이명박 정부 종교차별 종식 긴급 범불교 대표자 회의’를 열기로 했다. 회의에는 종단 주요 소임자를 비롯해 교구본사, 선원, 율원, 강원 등의 스님과 포교신행단체장 등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주요 종단 대표자들도 참석해 오는 23일 대규모 시국법회를 비롯해 범불교계 차원의 강력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나의 종교가 소중하면 남의 신념과 종교도 존중받아야 한다. 내가 믿는 신과 교회가 다른 종교나 종파, 사찰보다 우월하다고 여기는 순간 그건 이미 종교가 아니라 편견이다. 그 추잡한 종교 편견이 얼마나 많은 전쟁을 일으켰고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았는가.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슬람과 기독교간 전쟁은 이 시대 최대 비극이다. 교회건 사찰이건 `사랑’과 `자비’로 돌아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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