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 `문화전쟁’ 선포한 베이징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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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 `문화전쟁’ 선포한 베이징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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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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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문화평론가
 
-장구춤, 널뛰기, 그네타기까지 고유문화로 등재한 중국
 
 장이머우 감독 등이 만들어낸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의 화려하고도 웅혼한 스케일은 감탄을 자아낼 수 있는 내용이었다. 다만, 그것들은 중화민국의 문화라고 하지만 모두 중원이라는 공간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민족들의 소산이지, 한족이 만들어낸 유산은 아니다. 소수민족들의 문화도 결국 중화민국 혹은 한족 문화인 것으로 융합되었다. 그 융합은 배타적인 중화주의 문화의 발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보였다.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의 문화전쟁의 공식 선언이다. 개인의 창발성은 존재하지 않는 집단적 매스게임은 전율할만큼 중화주의를 노골화했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수많은 이민족의 문화를 한족 문화, 중화민국의 문화인 것으로 각인시키려는 의도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중국 정부는 우리의 장구춤, 환갑잔치, 학춤, 상모무 걸립무, 널뛰기, 그네타기, 퉁소음악, 만담 등을 `국가급 비물질 문화유산(무형문화재)’에 등재시켰다. 한민족 뿐만 아니라 수십개 민족의 공연양식을 이런 식으로 중국화해버렸다. 동북공정이나 백두산 공정도 결국 문화전쟁의 한 유형이다. 중국이 창바이산 역사·문화원을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한국 부채춤과 장구춤을 중국의 소수민족 공연예술로 선보였다. 남북한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말이다. 한국은 항의 한번 하지 않았다. 중국 문화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민족의 문화적 소산을 마치 하나의 실체로 묶어버리는 문화전략이 가공할 뿐이다.
 미국 국회도서관의 주제어와 미국 지명위원회(BGN)의 독도 `영유권 미지정’은 바로 이 같은 맥락에 있다. 아무리 고지도에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해도 해외에 널리 읽히는 자료에 기재가 되어 있지 않으면 문화전쟁에서 패퇴하게 된다. 일본은 2009년에 발간 예정인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세계지도책’ 제9판에 독도 영유권 미지정 지역이 명기되도록 총력을 다하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이 한참일 때 국내에서는 중국의 이어도 영유권 주장으로 들끓었다. 중국 국가해양국 산하 정보사이트인 중국해양신식망(信息網)이 이어도를 쑤옌자오(蘇巖礁)로 기재하고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을 올린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많은 공정내용과 함께 이어도에 대한 내용도 전세계 사람들에게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전세계 축제이니 만큼 중국에 대한 관심도 증가할 것이고, 중국에 대한 정보들이 그대로 전달될 가능성이 많다. 이는 중국이 노리는 바였다. 중국은 다른 국가와 민족에 관한 수많은 정보들을 왜곡하여 자기 문화로 만들어 버리고, 베이징 올림픽에 맞춰 대대적으로 홍보하여 집약적인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어도에 대한 문제도 단순히 중국에 항의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 미 국립 지리정보국이 이어도를 무국적 암초로 규정하고 있다.이름도 이어도가 아니라 소코트라 록(Socotra Rock)이다.
 2008년 8월 4일자 일본 산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독도는 일본영토’라고 답변한 일본인이 73.7%로 70%가 넘었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이유는 지속적으로 독도에 인식의 틀을 형성하기 위한 일본의 문화전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올림픽이 끝나고,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맥락에 있다. 백두산은 중국의 자연문화유산이고, 이어도는 중국 땅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옌볜의 많은 조선족 문화들이 중국 한족의 문화인 것으로 될 가능성도 크다. 어디 조선족만이 그럴까. 수많은 소수민족의 문화가 오도될 것은 여지없어 보인다.
 독도 군대 파견, 기념관 건립, 유인화는 가장 낮은 전략인 것과 같이 이어도에 대한 전략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항의와 시위, 무력 조치와 같은 하드파워가 아니라 소프트파워다. 전세계 사람들의 인식의 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디어 문화 수단을 통해야 한다. 핵심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이트와 책자 이름을 바로잡는 역할과 영유권 명기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그것을 통해 세계인들의 인식 틀을 바꾸어야 한다. 현실은 한국어가 세계 공용어는 아니다. 한글이나 한자로 된 자료들을 영문으로 번역하거나 영문으로 된 자료와 논문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전 세계에 배포해야 한다. 특히 인터넷 공간상의 영문 콘텐츠는 매우 중요하다.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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