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았고 시끄러웠던 정연주 KBS 사장이 물러났다. 물러나자마자 법원에 의해 체포영장이 발부돼 검찰에 붙들려 들어가는 신세가 됐다. 정권의 `나팔수’에서 KBS에 엄청난 손해를 끼친 무능하고도 부패한 기업인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만년 흑자였던 KBS를 적자 투성이 공영방송으로 추락시키고,국민의 전파를 `노빠’ 방송으로 타락시킨 책임이다.
정연주 스토리는 더 이상 우리나라 공영방송이 가지 말아야 할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 우선 방송의 `방’자도 모르는 사람이 방송사 사장을 맡아서는 결코 안되겠다는 점이다. 집권자 눈에 들었다는 이유 하나로 하루 아침에 국영방송 사장으로 벼락 출세하는 로또 복권식 인사는 절대 안된다는 점이다.
더구나 대선 과정에서 정연주 씨는 노무현 후보를 죽자고 밀었다. 그 반대로 야당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죽도록 미워했다. 그때부터 그의 머리에는 거대한 KBS 사장 자리가 맴돌았는지도 모르겠다. 중소 신문사 논설위원에서 국영방송 사장자리에 오르자 그 보답으로 탄핵반대 방송은 물론, 정권이 바뀐 뒤에도 광우병 소동을 확산시켜 국민들에게 불안을 심어줄 용기가 생겼는지도 모른다.
정연주 씨가 `코드’에 맞게 낙하산을 차고 왔는데도 KBS는 침묵을 지켰다. 그런데 지금 이명박 정부가 정 씨를 쫓아내고 새 사장을 임명하려하자 `방송 중립’을 이유로 일부 직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정 씨가 낙하산으로 내려왔을 때 반대했다면 박수 받을 일이었다. 그렇다고 이명박 정부가 또 다른 정연주를 KBS 사장에 임명해도 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노무현 정권과 하나라도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 줘야 하는 게 새 정부다. 제2의 정연주를 임명하면 두 정권이 뭐가 다르다는 말인가.
적어도 이명박 대선후보 특보를 지낸 사람은 이번엔 사장으로 임명해선 안된다. 중립적이고 개혁적인 인사로 사장을 임명해 김대중-노무현 10년 동안 왜곡된 KBS를 바로 잡아야 한다. 만약 제2의 정연주를 새 사장으로 보낸다면 정연주 축츌을 지지한 KBS 직원과 국민들이 뭐라하겠는가.
정부는 이미 YTN 사장, 아리랑 방송 사장 등에 특보출신들을 앉혔다. 낙하산이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정연주 같은 인물을 절대 기용해선 안된다. 이명박 특보 출신들이 언론기관 사장으로 들어가 정연주와 똑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제발 과거 정권과 다른 점을 하나라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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