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의회와 포항시의회가 예산 문제로 시끄럽다. 경북도의회는 경북도예산 편성권이 없는데도 멋대로 사업계획을 짜 예산을 확보했다해서 말썽이다. 월권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포항시의회는 포항시가 중앙상가 벽천(壁泉)공사 예산을 시의회의 승인을  받지않은 채 집행해 버리자 이를 문제삼고 나섰다. 두 의회와 두 집행부 사이에서 요즘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때문에 경북도당국은 도의회에 사시(斜視)를 던지고 있다. 그런가하면 포항시의회는 박승호시장의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고 두팔을 걷고 있다. 광역·기초를 가릴 것 없이 예산처리가 매끄럽지 못한 모습이다.
　경북도의회는 옥외광고 선진지 견학을 명분삼아 본예산에 4500만원을 추가 편성했다. 도당국은 한마디 상의도 없는 일방통행인데도  마지못해 동의해줬음을 시인했다. 도의회는 예산심의권을 무기삼아 편성권까지 행사한 꼴이다. 도당국은 앞으로 새해 예산안 통과에 도움이 될까싶어 울며겨자먹기로 기름칠한 속내가 들여다 보인다. 도의회의 집행부 예산 우려먹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닌 것으로 기억한다. 지난 여름에도 도예산으로 관광성 외유를 다녀온 일이 있어 눈총을 받은 일이 있지 않았던가. 관행치고는 매우 고약하다.
　포항시의 중앙상가 벽천공사는 출발때부터 시비에 휘말려온 사업이다. 실개천과 조화를 이루지도 못한데다 시공상 문제점을 드러낸 탓이다.이때문에 재시공을 해야 했다. 도시디자인 사업이 기초단계부터 흔들렸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이번엔 공사비 2억3천여만원의 예산이용(移用) 시비로 시의회와 집행부가 갈등을 겪고 있다. 포항시의회 요구대로 박승호 시장이 고분고분 사과할지도 두고 볼일이다. 시민의 눈에 비친 모습은 양쪽이 서로 길들이기에만 열중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예산심의가 본궤도에 오를 계절이다. 광역의회건,기초의회건 혈세 사용의 효율성에 두눈을 부릅떠야 할 사명을 지니고 있기는 마찬가지다.그런데도 집행부가 편성해오지도 않은 선진지 시찰예산을 멋대로 추가 편성해버리는 행위는 도대체 무엇인가. 적어도 이들의 입에서만은 `혈세’라는 낱말이 나오기가 부끄러울 것이다. 혈세를 주머니 용돈으로 알지 않고서야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포항시도 도심조형물 설치에 헛돈을 쓰지 않도록 더욱 관심을 가져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 도시디자인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계획을 짜는 단계에서부터 예산사용에 지혜를 모아야 하는 것 아닌가. 낭비해놓고 예산부족을 핑계삼는 행태는 이제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의회건 집행부건 혈세를 힘겨루기에, 또한 `기름칠’의 제물로 삼는 모습을 지켜보기는 이제 정말 역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