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원형 4호 해자, 전모 드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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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타원형 4호 해자, 전모 드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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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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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천년을 안은 경주 월성 해자
 
동서 길이 80m 남북 너비 40m
3차에 걸쳐 축조된 흔적 확인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유적 정비 차원에서 지난 2년 동안 발굴조사를 실시한
경주 월성 제4호 해자. 동서 길이 80m에 남북 너비 40m에 달하는 장타원형에 가깝다.
3차에 걸쳐 보수된 흔적이 확인됐다.  

 신라 천년 왕성인 경주 월성은 언뜻 높낮이 차이가 거의 없는 경주 평야의 한 자리를 차지한 것처럼 보이지만, 고도가 제일 높은 국립경주박물관 인접 동쪽 성벽 부근과 표고가 가장 낮은 맞은편 서쪽 성벽 끝지점 높낮이 차이가 무려 18~19m에 이른다.
 이런 지형은 고대 평지 성곽이라면 거의 예외없이 성벽 바깥을 따라가면서 파서 갖추게 되는 대형 저수지와 같은 방어시설의 일종인 해자를 만드는 데는 매우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한다. 워낙 높낮이 차이가 큰 까닭에 항상 깊은 물이 고여 있어야만 하는 해자를 조성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월성은 이런 난점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지병목)가 유적 정비 차원에서 지난 2년 동안 실시한 월성 제4호 해자에 대한 발굴조사를 한 결과, 그 이전 다른 해자 조사에서 밝혀진 것과 마찬가지로 이른바 `다단계식 해자’를 축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요즘도 산간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계단식 논’과 같은 모양으로 여러 해자를 만들어 이를 이어붙인 것으로 밝혀졌다. 해자끼리는 물이 흐르는 `물꼬’와도 같은 수로로 연결됐으며, 따라서 하나의 해자에는 반드시 물이 들어오는 입수구가 있고, 그 반대편에는 흘러넘치는 물을 다른 해자로 빼내기 위한 출수구가 있기 마련이다.
 이번 4호 해자 또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축조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경주연구소가 30일 말했다.
 조사 결과 4호 해자는 동서 길이 80m에 남북 너비 40m에 달하는 상당한 규모이며, 일부 구역이 훼손되기는 했지만, 공중에서 내려다 본 평면 형태는 장타원형에 가까운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소는 4호 해자가 모두 3차에 걸쳐 축조된 흔적을 확인했다.
 즉, 신라가 고구려, 백제와 국운을 건 일대 경쟁을 벌이던 7세기 후반 무렵에는 사람 머리 크기 만한 강돌을 쌓아 1차 해자를 축조했다가 8세기 전반 무렵에는 상대적으로 잘 다듬은 장방형 돌로 2차 해자를 쌓았으며, 그 이후 언젠가는 강돌과 다듬은 돌을 혼용한 제3차 해자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자의 축조 방법과 기능이 점차 변화되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볼 수 있다”면서 “구조나 기능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후기로 가면서 해자는 본래의 방어적인 기능보다는 조경이라는 기능이 강하게 반영됐다고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해자를 처음 만들 무렵에는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군사용 시설이라는 성격이 강했지만, 신라가 삼국통일을 달성한 뒤에는 이런 염려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으므로, 이제는 궁궐의 아름다움을 치장하는 조경 시설로 탈바꿈시켰다는 것이다.
 한편, 연구소는 기존에 조사된 같은 지역 해자를 물을 채우는 방식을 복원한 것과는 달리 이번 4호 해자는 이른바 `건식’으로 복원해 일반에 공개하기로 했다.
 경주/김성웅기자 ksw@ho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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