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렵이 야생조수(鳥獸) 씨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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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렵이 야생조수(鳥獸) 씨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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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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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겨울들어 야생조수(鳥獸) 밀렵이 폭증하고 있다. 한국야생동물보호관리협회 밀렵감시단은 전년도보다 밀렵이 60%나 늘어났다고 보고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9일까지 경북을 비롯한 전국 11개지부 밀렵 적발이 모두 499건이라고 한다. 적발된 것이 이 정도라면 밀렵 감시단의  눈을 피해 뒷구멍으로 빼돌린 야생조수가 얼마나 많을지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올겨울에 밀렵이 이렇게 급증하는 현상은 경기 불황이 큰 몫을 차지한다는 분석이다. 소득은 줄어드는데 쓸 곳은 여전한데다 물가까지 치솟는 상황에서 쉽게 유혹을 받는 방법이 밀렵이란 것이다. 멧돼지 한 마리에 200만 원, 고라니 한 마리에 20만~30만 원은 받을 수 있다니 손쉬운 돈벌이란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개구리도 한 접시에 몇 만 원씩 받는다지 않는가.
 야생조수 밀렵에는 엽총은 물론이고 올무, 사냥개 따위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최대한 동원되고 있다. 엽총을 이용한 밀렵은 인근 수렵장에서 잡은 것이라고 뻗대면 불법을 입증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불법이 합법을 철저히 농락하는 꼴이다. 올무는 전국에서 해마다 수천, 수만 개씩 거둬들여도 그 다음해 성수기엔 또 그만큼 곳곳에 도사리니 해마다 숨바꼭질을 하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 도끼, 쇠파이프를 들고 겨울잠 자는 개구리를 잡는 짓과 다를 게 없다.
 야생조수의 마구잡이 밀렵을 방치하면 멸종이 가속화될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야생조수의 씨가 마르거나 말거나 내 주머니만 두둑하게 채우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바뀌지 않고는 뿌리 뽑히지 않을 난제가 밀렵이다. 본래 우리나라 산림에는 범도 살았을 만큼 수많은 생물종이 어울려 살았었다. 그러나 현재의 모습은 우리가 보는 그대로다. 마구잡이가 야생조수의 씨를 말린 탓이다. 숲은 있으되 그 속에 삶의 터전을 잡은 동물이 없으니 사막과 다를 게 뭔가. 범보다 더 무서운 것이 사람의 탐욕이다.
 밀렵이 극성을 부리는 것은 수요가 있는 탓이다. 보신족들이 야생동물을 탐식하는 한 밀렵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밀렵한 동물들을 냉동고 안에 가득 감춰놓고 조리해 파는 음식점 또한 마찬가지다. 자연환경 보호론을 펴면 무슨 잠꼬대냐고 짐짓 못들은 체하는 밀렵꾼들을 엄벌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인다. 양식(良識)을 잃어버린 수요자와 공급자 양쪽 모두 엄벌하는 것 말고 달리 무슨 뾰족한 방법이 있겠는가. 엄벌, 그것도 정신이 번쩍날만큼 매서운 것이 아니고는 야생동물의 멸종을 막을 길은 없다. 다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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