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닌텐도’를 못만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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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닌텐도’를 못만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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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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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쟁’보다 `연대’와 `공유’ 중시하는 닌텐도
 
 양준호 (인천대 교수)

 
 과천 정부정사 지식경제부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나라는 왜 닌텐도 같은 게임기 못 만듭니까”라며 “우리도 닌텐도 같은 물건을 만들어 보라”고 주문했다. 실용적인 것을 좋아하는 이 대통령 질문답다. 닌텐도는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꿈을 파는 세계적 초우량 기업이다. 8비트 가정용 TV게임기 패미컴, 16비트 슈퍼패미컴, 포켓 사이즈 게임기인 게임보이 등을 주력으로 하는데, 해외에서 판 게임기기는 1억 대가 넘는다. 닌텐도에서 제작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는 비디오 게임의 상징물로 세계시장을 석권했다.
 닌텐도는 화투와 트럼프를 만들던 교토의 전통 기업이었으나, 1949년 가업을 계승한 창업자 야마우치 히로시가 새 장난감 개발로 눈을 돌리면서 게임기 업체로 변신했다. 그래서인지 닌텐도는 하이테크 기업과 화투 메이커라는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자동차 메이커가 완성차만 팔지 않고 운전하는 방법을 같이 파는 식이다.
 게임 시장은 항상 불안하다. 사용자가 무엇을 원할지, 장래에 대한 예측이 아주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제조 기업은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닌텐도는 강조해왔다. 야마우치 초대 사장은, 기업이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잘 모를 때는 사훈과 같은 거추장스러운 것은 필요 없다고 잘라 말한다.
 사훈조차 없는 기업이지만 닌텐도는 팀워크가 잘 이루어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반인들은 소프트웨어 개발은 개인 재능에 의존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게임 소프트웨어는 한 사람 힘만으로 절대 불가능하다. 다양한 재능이 집결되고 많은 시간을 들여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인식이 전제된 것이 닌텐도 방식이다. 야마우치 사장은 닌텐도 방식을 “우리가 개발하는 것은 오락 소프트웨어다. 사람들에게 새로운 즐거움과 재미를 제공하는 것을 추구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재능이 필요하며 일류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라도 소프트웨어 개발에 어울리지 않으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개발 부문에서 일류가 되면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것이 관행화된 게임업계에서도, 닌텐도는 회사를 떠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게다가 닌텐도 사장은 히트상품을 개발한 사원에게 특별대우를 해주거나 연봉을 올려주지 않는다. 그 대신 사장이 재미있다고 판단하기만 하면, 개발 예산에 관해서는 개발 팀에 전적으로 맡긴다. 미국식 경영 수법인 `인센티브’를 일체 부여하지 않는 닌텐도 방식이 성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닌텐도 사원들이 `개발=팀워크’ 등식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데 있다. 닌텐도는 `연대’와 `공유’의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닌텐도 직원들은 상사로부터 지시받은 내용을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자신의 일을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한다. 닌텐도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사람’을 뽑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다. 소프트 개발에 있어 `자율적인 인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닌텐도 `물건 만들기’의 본질이다.
 닌텐도의 근저에 자리한 `자율적 인간’의 조건은 첫째, `연대’다. 닌텐도는 소프트 개발 공간을 `이익을 내는 장’이나 `경쟁의 장’으로 인식하지 않으며, 소프트 개발과정을 `지식창조’의 장이며 또 한 개인으로는 발견할 수 없는 문제점을 직원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연대’의 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둘째, 고용에 대한 믿음이다. 언제 잘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율성’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는 `하드·소프트 일체형 발상’은 세계 최강기업 `닌텐도의 법칙’이다.
 지금 우리 사회와 기업은 미국식 스탠더드만을 추종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그토록 추구하는 `효율’과 `성과’는 마구잡이식 구조조정이 아니라 `연대’와 `공유’에 의해서 달성된다는 사실을 닌텐도는 가르쳐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왜 닌텐도 같은 게임기 못 만듭니까?’라는 이 대통령 질문에 대한 답변은 `경쟁’이 아닌 `연대’를 가장 소중히 하는 `닌텐도의 법칙’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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