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시장에도 경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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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시장에도 경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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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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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라디오 겸영하면서 신문은 신문만 하라?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미국 시청자들이 가장 즐겨보는 뉴스 채널은 `폭스 뉴스’다. 1986년에 설립된 이 방송사는 그전까지 NBC, CBS, ABC의 세 방송사(빅 3)가 99%를 장악하고 있던 미국 방송시장에 진출해서 성공을 이루어냈다. 미국  3 방송 체제는 우리나라가 KBS, MBC, SBS 3개사의 독과점 체제와 유사했다.
 폭스뉴스의 등장은 방송국 소유규제 완화 덕분에 가능했다. 미국도 방송국의 소유에 대한 제한이 심했다. 그러다 보니 1950년대 듀몽(DuMont)이라는 기업가의 네 번째 TV 네트워크 설립 시도가 좌절된 뒤 누구도 빅3의 철옹성에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 미국 TV 시장에서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이라는 언론 재벌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통신위원회와의 절묘한 줄다리기 끝에 새로운 뉴스채널 허가를 받아내는 데에 성공을 거둔다. 그는 미국인도 아니다. 호주인이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개방성이 놀랍기만 하다. 그 후 10년간 폭스뉴스는 미국 시청자들의 마음을 얻어내는 데 성공한다. 그 때문에 기존의 빅3 방송사들은 입안에 가시가 돋친 셈이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선택폭이 넓어졌다. 빅3만이 활개치던 때보다 여론 독점의 가능성도 훨씬 낮아졌다. 시청자들의 선택만 넓어진 게 아니라 정보의 양과 질도 달라졌다.
 폭스 뉴스는 기존 방송들로부터 지나치게 편파적이라는 비난을 받곤 하지만, 진실은 오히려 그 반대일 가능성이 높다. 그 이전까지 미국 빅3의 뉴스채널은 지나치게 좌파적이었다는 의견이 많다. 폭스 뉴스는 좌파 일색의 방송에 식상한 보수적 시청자들을 새로운 틈새시장으로 삼아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폭스가 우파적이라 해도 의미가 있다. 미국의 사상 시장에 균형을 맞춘 결과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진입자가 막강한 빅3 아성을 허물 수 있었던 것은 추진 주체가 강력한 언론재벌이었다는 사실에도 큰 원인이 있다. 그렇고 그런 중소기업의 힘으로는 빅3의 단단한 벽을 뚫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방송 시장에도 그런 충격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좌파적인 뉴스 시장에 다수 시청자의 견해를 대변하는 우파적 방송이 나올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다양성이0다. 제반 현상에 비판적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는 언론이 진보적인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우리나라 방송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10년 좌파정권에서 너무 한 곳으로 치우쳤다. 방송의 균형은 심각한 과제다.
 기존 지상파 방송사에 대해 대항마를 만들려면 그들 못지않은 기반을 가진 사업자의 방송 진출을 이끌어내야 한다. 풍부한 경험과 자본 없이 기존 방송사와의 경쟁을 감당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후보는 신문사들이지만 자본과 경영능력을 갖춘 기업가라면 누구라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비판론자들은 신문이 방송을 겸영하면 여론 독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여론 통로가 풍부하고 다양해진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비판이다. TV 화면에 못마땅한 말이 나오면 당장 채널을 돌리는 게 시청자들이다.
 신문이 TV 방송을 운영해서 여론 독점이 이루어진다면, 지금의 방송시장에는 이미 엄청난 여론독점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봐야한다. MBC, KBS, SBS 세 방송사는 모두 TV와 라디오 채널을 같이 운영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겸영 때문에 여론이 독점됐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 TV 라디오 겸영은 아나운서와 기자를 공유하는 등 규모의 경제로 방송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신문사가 TV를 할 때도 규모의 경제를 통해 방송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TV 방송사는 라디오 겸영은 허용해 왔으면서, 신문사의 TV 겸영은 안된다는 논리는 어설프다.
 누가 어떤 미디어를 운영하든 최종 심판자는 시청자여야 한다.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방송은 번창하고 그렇지 못한 방송은 사라져 가야 한다. 보지도 않는 방송을 지속하는 것은 귀중한 전파의 낭비일 뿐이다. 사업자들에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시청자와 독자들의 심판을 기다리는 것이 다매체 시대 언론의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www.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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