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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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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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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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네,요즘 뭐하나?” “하루는 놀고 하루는 쉬며 지냅니다.” “아직 취직하지 못했단 소리로군. 눈높이를 낮춰서라도 일자리를 찾아보지 그러나.” “그냥 쉬려구요.” 대학문을 갓 나온 `백수’와 어느 연장자가 주고받은 이야기다. 비록 가공한 대화이지만 현실 어디엘 가도 들을 수 있는 것이고 보면 생판 `만들어낸 얘기’만도아니니 문제다. 백수(白首)는 백두(白頭)와 같은 말이다. 글자 그대로라면 허옇게 센 머리인데 실제로는 민머리의 뜻이 강하다. 벼슬이 없는 사람이다. 사회 진출이 벼슬에만 길이 열려 있던 시대에 생겨난 말이니 현대식으로는 실업자, 실직자, 무직자, 휴직자 같은 말과 뜻이 통한다.
 어제 아침 경북도민일보 특집을 보면 `고용 빙하기’란 제목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웬만하면 거들떠도 안보던 `88만원’-`인턴’ 자리조차도 혜택이 된 세상이다. 이제는 숫제 구직을 단념하고 `그냥 쉬기’나  `방살이(고시원 쪽방살이)’로 삶의 깜박이를 켠 청년 백수들이 늘어나고만 있다. 지난 1월 현재 `그냥 쉰 사람’ 177만명에 이런 저런 무직자까지 모두 합친 `사실상 백수’가 350만명에 가깝다고 한다. 그래프를 보면 해가 바뀌었어도 높낮이도 없이 그냥 치솟고만 있다. 산꼭대기에 가려해도 오르고 내리며 빙빙 도는 길을 거쳐야 하는 법이거늘 이런 `중단없는 전진’도 다 있나 싶을 지경이다. “도끼날이 없어졌다고 자루마저 버리지 말라”고 말한 사람이 있다. 이를 현실에 대입해보면 ’도끼날’은 `일자리’를 말하는 것이고 ’자루’는 `희망’의 근간일 것이다.태고의 빙하를 녹이고, 남북극대륙에서 거대한 얼음산이 맥없이 떨어져 나오는 원인은 온난화의 작용이다. 엉뚱하다 싶은 소리지만  일자리가 없어 삶이 얼어붙은 사람도 마음 속에 온난화 작용을 일으킬 희망만은  반드시 간직하고 지내면 좋겠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오늘은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한 사람도 있지 않은가.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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