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리는 순간,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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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리는 순간,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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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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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핸드폰’은 2007년 `극락도 살인사건’으로 호평을 받고 흥행에도 성공했던 김한민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이다. 극한 상황에 몰린인간 본성을 헤집는다는 공통점이 있기는 하지만 `핸드폰’은 전작과 색깔이 꽤 다르다.
 
박용우 엄태웅

 
일상적인 공간·소재로 더욱 스릴 넘치는 영화`핸드폰’
 
 전작 `극락도 살인사건’이 폐쇄적인 공간인 외딴 섬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보여주면서 장르적 매력을 살린 작품이었다면 `핸드폰’은 서울 도심과 휴대전화라는 일상적인 공간과 소재를 활용해 두 남자가 쫓고 쫓기는 상황을 스릴러 장르로 엮어냈다.
 사채업자의 빚 독촉에 시달리는 매니저 오승민(엄태웅)의 유일한 희망은 청순한이미지로 뜨기 시작한 배우 진아(이세나)다. 화장품 CF 계약을 눈앞에 둔 시점에 진아의 남자친구가 진아와의 성관계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빌미로 돈을 요구한다. 승민은 이 일을 해결하려다 문제의 동영상이 담긴 휴대전화를 잃어버린다.
 전화를 주운 정이규(박용우)는 대형마트에서 친절 사원으로 뽑힐 정도로 성실한 남자다. 그러나 승민과 통화하는 이규에게는 친절 사원의 모습은 없다. 그는 슬슬 시간을 끌며 승민에게 이상한 요구를 하기 시작한다.
 `핸드폰’은 성공적인 상업 스릴러의 요건을 알차게 갖췄다. 캐릭터들이 뚜렷하고 주인공들의 행동과 판단 배경에 대한 설명도 충분하다. 잘 짜인 구성과 곳곳에 깔려있는 복선, 빠른 전개가 추리와 퍼즐 맞추기라는 스릴러적 재미를 주고 도심 공간과 인물들의 직업이 제대로 활용돼 이야기의 풍성함을 살린다.
 이규는 선악의 이중성을 극단적으로 표출하는 인물이며 승민은 감정을 속에 담아놓지 않고 바로바로 분출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두 인물 모두 직업과 생활을 분리하지 못한 채 온몸을 현실세계에 담근 도시인이고, 이런 점이 사건과 직결된다. 두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의 피땀은 화면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물론 단점도 눈에 보인다. 섹스 동영상을 둘러싼 승민과 이규의 다툼이 자존심으로 인한 감정 싸움으로 번지고, 여기에 승민의 아내를 둘러싼 다른 사건, 승민의 사채 문제 등이 정신없이 얽히면서 너무 많은 이야기들로 산만하다. 아귀가 맞지 않거나 잘 설명되지 않는 장면들도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재미’라는, 스릴러 영화에 가장 필요한 핵심요소를 확보하고 있어 관객들의 호응을 기대해 볼만하다. 상영시간은 137분으로 꽤 길지만 지루함을 느낄 새는 없다.
 청소년 관람불가.
 


 
추천비디오  `극락도 살인사건’
 
 
 
외딴 섬에서 발생하는 의문의 연쇄살인사건
 
 외딴 섬이라는 닫힌 공간을 배경으로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 발생, 영문을 모르는 주민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간다.
 김한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 `극락도 살인사건’(제작 두엔터테인먼트)는 2007년 4월 `닫힌 공간에서 발생하는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라는 소재로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이 소재는 추리물에서는 흔한 것이지만 1980년대에 발생했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것은 영화의 일부분일 뿐, 소재나 발상의 신선함이 영화의 완성도 전체를 담보할 수는 없다.
 영화는 한 낚시꾼이 부둣가에서 낚시를 하다가 우연히 잘린 사람 머리를 끌어올리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부검 결과, 토막난 머리통의 주인이 인근에 위치한 섬 극락도의 주민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경찰은 극락도로 특별조사반을 파견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다.
 형사들은 송전 기사의 합숙소와 보건소로 추정되는 곳에서 살인사건의 흔적으로 보이는 핏자국과 부서진 무전기 등을 발견하지만 끝내 한 구의 시체도 찾아내지 못한다.
 주민이라곤 달랑 17명뿐인 외딴 섬 극락도. 외지에서 온 엘리트 보건소장 제우성(박해일)과 역시 외지에서 온 초등학교 여교사 장귀남(박솔미) 외에는 모두 순박하고 촌스러운 섬마을 주민이다.
 마을의 최고 어른인 김 노인의 칠순 잔치가 벌어진 다음날 아침, 두 명의 송전기사가 피투성이의 시체로 발견된다. 함께 화투판에 있었던 덕수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지만 그마저 행방이 묘연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든다.
 섬 주민 전원이 용의자일 수도, 피해자일 수도 있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마을 사람들은 제우성을 필두로 화투판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리하는 데 열을 올리지만 잇따라 발생하는 의문의 살인사건으로 이웃들의 주검만 늘어간다.
 한편 우연한 기회에 이번 살인사건과 관련된 듯한 모종의 쪽지를 발견한 학교 소사 춘배(성지루)는 쪽지의 의미를 알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는데….
 영화는 나름대로 독특한 배경과 인물 설정 위에서 예측 불가능한 스릴러를 펼쳐보이려고 노력했다.
 다소 놀랍기도 하고 뜬금없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는 막판 반전은 지나치게 상세하고 긴 감이 없지 않지만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스스로의 무게를 감당 못해 결말부를 얼렁뚱땅 뭉개고 끝내버리는 영화들보다는 훨씬 낫다.
 `극락도 살인사건’은 출연진과 제작진이 고생한 흔적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는 즐거움과 여러가지 측면에서 `조금만 더 잘 만들었으면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교차하게 만드는 영화다.
 `괴물’ `살인의 추억’을 통해 연기파 배우로 각광받은 박해일은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안정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지만 영화 내내 막판 반전을 감춰야 하는 캐릭터 자체의 내재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영화에는 모두 12명의 등장인물이 나오지만 `타짜’의 아귀같이 관객을 매료시키는 강렬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 큰 약점이다. 이는 영화의 긴장감과 흡인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남현정기자 nhj@hidomin.com
 

 
주말영화소식
 
독립영화 `워낭소리’ 뒷심 발휘하나
`벤자민버튼의…’`핸드폰’ 멀찌감치 따돌려
 
 독립영화 `워낭소리’가 주요 영화사이트의 예매율 집계에서 신작들에 앞서고 있어 박스오피스 정상 등극이 기대되고 있다.
 `워낭소리’는 18일 오후 9시 현재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예매율 집계에서 26.93%로 13.61%의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11.89%의 `핸드폰’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맥스무비에서는 23.11%로 25.95%의 `벤자민버튼…’에 이어 2위를 차지했지만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11.28%), `문프린세스-문에이커의 비밀’(9.84%), `핸드폰’(7.46%)을 큰 차이로 제쳤다.
 `워낭소리’의 높은 예매율에는 이번 주 들어 한층 더 거세진 관객들의 반응이 큰 동력이 됐지만 상영시간이 78분으로 `벤자민버튼…’(166분), `핸드폰’(139분), `그는 당신에게…’(129분) 등 경쟁작들보다 짧아 상영 회차가 많다는 점도 도움이 됐다.
 이번 주말에는 `워낭소리’와 `벤자민버튼…’의 아성에 도전하는 신작들이 풍성하게 포진해 있다. 엄태웅ㆍ박용우 주연의 `핸드폰’은 `추격자’를 이을 스릴러 영화로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문프린세스-문에이커의 비밀’은 성인에서 어린이까지 다양한 관객들을 겨냥하는 판타지 영화다.
 애니메이션 `가필드-마법의 샘물’과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레볼루셔너리로드’, 코미디 드라마 `말리와 나’도 첫선을 보인다.
 이외에도 극장가에는 주식을 소재로 한 한국 영화 `작전’과 할리우드 여성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등 기개봉작들도 여전히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워낭소리’의 돌풍과 함께 소규모 개봉 영화의 약진도 기대된다.
 개봉 열흘만에 1만명을 돌파한 독립영화 `낮술’이 흥행세를 넓히고 있으며 일본스타 이케와키 치즈루가 출연하는 한국 영화 `오이시 맨’도 CGV 무비꼴라쥬 라인 13개 스크린에 내걸린다.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과 메릴 스트립의 연기 대결이 볼만한 `다우트’도 진지한 영화를 찾는 영화팬들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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