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총리, 장관은 없고 대통령만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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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총리, 장관은 없고 대통령만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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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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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청와대만 바라보는 총리와 장관-
 
 신봉승 (극작가)

 
 세계의 대통령 중에서 우리 이명박 대통령만큼 부지런한 대통령은 없다. 모든 행사장에 꼭 대통령의 모습이 있어야 모범적인 정치가 되는 것은 아닐 테지만, 그래도 우리 이명박 대통령은 가지 않아도 될 곳까지 꼬박꼬박 모습을 드러낼 만큼 욕심 많고 부지런하다.
 해외에서 이루어지는 순방 정상회담을 마치면 아무리 한밤중이라도 그 길로 귀국길에 오르고, 귀국과 동시에 국정을 챙기는 이명박 대통령의 천성적인 부지런함과 임무 수행에 대한 책임의식과 투철함은 역대 대통령 어느 누구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일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통령에게는 대통령의 소임이 있는 것이고, 총리에게는 총리의 소임이, 장관에게는 그들이 해야 하는 소임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청와대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정부부처가 필요하고, 유능한 공무원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정부가 해야 할 일, 총리가 해야 할 일, 장관이 해야 할 일을 대통령 혼자서 도맡아 하면서 대통령의 동선(動線)이 곧 한국 정치의 동선이 되는 것은 어느 모로 보아도 바람직한 일이 못되거니와 결국은 국정을 더 힘들어지게 만들 뿐이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대통령이 버스 차장에게 겨울 파커를 하사하였다면서 그 자상한 인품이 신문에 대서특필되곤 하였는데, 그건 복지부 장관의 몫이지 대통령의 몫일 수가 없다. 그런 망령이 다시 살아나려는가. 지금 우리 한국의 정치는 이명박 대통령이 혼자서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정치의 중심축은 없고, 대통령의 개인적인 동선에 의해 한국 정치가 흘러가고 있는 것은 정말 보기 흉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유능 무능을 탓할 생각은 없다. 다만 나라의 일은 대통령이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고, 또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가령, 생활고에 시달리는 시장터의 서민들을 찾아가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장애인들을 찾아가 그들의 고통을 함께 맛보며, 강바닥을 파는 곳에 가서는 녹색혁명을 거론하고, 어린이들을 만나서는 공부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없게 할 것이며, 위험과 나쁜 음식에서 지켜낼 것임을 장담한다.
 또 자전거를 타자고 하면서는 천리 밖에까지 달려가 `3년 안 쪽에 세계 3대 자전거 생산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면서 국무총리와 장관 등을 대통령 뒤에서 자전거나 타는 엑스트라로 만들어 놓는다. 어느 모로 살펴도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
 참담한 얘기지만, 국제통화기금 IMF에서는 2014년까지 한국은 `GNP 2만 달러’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단하였다. 우리는 이미 2만 달러 근처에 와 있거나 혹은 넘어섰다고 믿고 있었고, 또 이명박 대통령이 촌각을 쪼개면서 경제 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데, 향후 5년이 더 흘러도 2만 달러 달성이 어렵다는 예단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해답은 간단하다. 나라가 `해야 할 일’에 매달리지 아니하고, `아니해도 될 지엽말단의 일’에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악명을 짊어지는 일이다. 정경유착, 부정부패, 안일무사 등 그 기간에 쌓이고 쌓인 적폐를 철저히 가려내어 가차 없이 처단하는 일이다. 이 일은 악명을 짊어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가혹한 주문이 될 수도 있지만, 이 악명을 짊어지지 않고서는 성공한 대통령, 훌륭했던 대통령이라는 이름을 남길 수가 없다.
 성공한 대통령이 없고, 훌륭한 대통령이 없으면 품격 있는 나라가 만들어지질 않는다. 지난 반세기를 보내면서 우리는 여덟 사람의 대통령들이 전 시대의 적폐를 뿌리 뽑기보다 새로운 적폐를 만들어가는 공익부재(公益不在)의 정치를 신물 나게 보아왔다. 그 참담한 결과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의 실상이다.
 오바마가 있는 곳에 힐러리가 없고, 힐러리가 있은 곳에 오바마가 없어도 미국 정치가 세계의 모범인 것은 쌓인 적폐가 우리와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명박 대통령은 모든 악명을 홀로 짊어지더라도 다음 시대를 위해 한 알의 밀알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역사의 가르침을 바르게 따르는 일이다.  (dail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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