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전격 평양 방문을 계기로 억류 중인 미국 여기자 2명을 석방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어제 여기자 2명을 대동하고 귀국했다. 북한은 미 여기자 석방이 “인도주의와 평화애호적인 정책의 발현”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자 2명을 놓고 `수작’을 부리는 북한의 얕은 꾀와, 여기에 넘어간 미국을 보자 하니 속이 뒤집힌다.
주민 탈북을 취재하려다 국경을 넘었다는 이유로 여기자를 체포한 북한 만행은 규탄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여기자 석방을 위해 전직 대통령을 급거 파견한 미국 처사도 마뜩치 않다. 미국은 북한 핵과 관련해 `미북 양자접촉’을 거부해왔다. 그런데 전직 대통령이 날아갔다. 여기자 2명을 태워 돌아오긴 했지만 클린턴 등 뒤로 “인도주의와 평화애호적인 정책의 발현”이라는 북한의 해괴한 주장이 터져나왔다. 메스껍다.
미 백악관은 클린턴 방북이 `개인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은 클린턴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특사에 “사의를 표하며 두 나라 관계개선과 관련한 오바마 대통령 구두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구두메시지’란 도대체 뭘 말하는가? 또 클린턴은 힐러리 미 국무장관 남편이다. 그가 어떻게 개인 자격이라는 말인가.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여기자들과 귀국했지만 개성공단 남한 근로자 유모 씨는 4개월이 넘도록 북한에 억류되어 있다. 또 얼마 전 동해에서 우리 어선이 북에 강제로 끌려갔다. 이들이 언제 풀려날지 기약이 없다. 여기자 석방을 “인도주의와 평화애호적인 정책의 발현”이라고 주장하는 북한의 이중성이 가증스럽다. 미국 여기자 석방으로 할 일 다했다는 식의 클린턴 모습도 우리에겐 불만스럽다.
미국은 여기자 석방이 시급했겠지만 “테러리스트와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깼다. 여기자 2명 석방과 미국이 그토록 꺼린 `양자대화’를 맞바꾸지 않았느냐는 얘기다.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클린턴 방북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보상하는 것”이라며 “테러리스트와 협상하는 것”이라고 비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더구나 클린턴 부인인 힐러리 장관이 “여기자 문제를 북핵과 연계하지 않고, 비핵화 이행이 전제되지 않는 한 어떠한 보상도 없다”고 한 것과도 배치된다. 여기자 석방이 그렇게 화급했다면 적어도 미국은 북한에 남한 근로자와 어부 문제를 제기했어야 했다. 우리는 북한이 집요하게 추구해온 `통미봉남’ 정책의 불길한 그림자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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