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일이 생각난다. 선생님이 한국전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6.25’를 칠판에 쓰고는 한 아이에게 읽어보도록 했다. 조금은 어리숙한 편인데도 이 아이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큰 소리를 냈다. “육점 이십오.” 큰 웃음이 터지자 실수를 깨달았는지 얼른 다시 읽었다. “육점 이오.” 이번에 아차 싶은 쪽은 선생님이었다. `.’을 대충 찍은 바람에 소수점으로 읽기 딱좋게 돼있었던 탓이다.
포항시가 남구 해도근린공원에 6·25전쟁 형산강 도하작전 기념비를 세웠다. 1950년 8월 11일부터 9월 23일까지 44일 동안 포항지구 전투에서 전사한 용사 2301명의 영령을 추모하기 위함이다. 3t짜리 돌덩어리에 새긴 비문은 “여기는 형산강 6.25 한국전쟁 최후의 방어선(Walker Line)이다.
옥에 티라고 생각되는 게 있다. 비문 내용이 어떻다는 게 아니다. 비문에 쓴 `6.25’는 `육점이오’이지 한국전을 뜻하는 `육이오’가 아니란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숫자 `6’다음 한가운데에 찍어야 할 `·’을 아래로 내려 찍어 `.’이 돼버린 현장 사진이 당장 눈길을 잡는다. 잘못이 발견됐으니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나. “아빠, 육점이오 한국전쟁이 뭐야?” 이렇게 묻는 아이들이 나오지 않도록.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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