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사재를 모아 `안철수재단’을 만든 것은 칭찬받을 일이다. 일자리 창출과 교육 지원, 세대 간 재능 기부라는 목적도 훌륭하다. 그러나 안 원장이 대통령선거에 뛰어들면서 재단의 순수성이 의심받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중앙선관위가 “안철수 재단의 기부행위는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유권 해석한 것은 안 원장이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재단을 만든 데 대한 `경종’이다.
안 원장이 재단을 설립한 의도를 의심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청춘콘서트로 인기가 오르자 재단을 만든 것은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안 원장이 `순수한 의도’로 재단을 만들 요량이었으면 대선 출마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시점에 만들었어야 했다. 아니면 지금이라도 당장 대선 출마를 접고 재단 설립 목적에 전념하는 게 옳다.
안 원장의 선택은 정해져 있다. 재단에서 `안철수’ 이름을 지운 뒤 손을 떼고 당장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것이다. `안철수 재단’도 유지하고 대선에도 출마한다는 것은 재단을 위해서나 안 원장을 위해서나 불행한 일이다.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면 설립 취지에 맞게 재단을 성실하게 운영하면 된다. 그게 안 원장이 내세운 일자리 창출과 교육 지원, 세대 간 재능 기부라는 목표에 부합하는 길이다. 최악의 선택은 안 원장의 출마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재단 운영을 중단하는 것이다. 애써 만든 재단이다. 안 원장의 정치적 거취 때문에 장학사업 같은 소중한 과제를 연기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사재를 털어 재단을 만들거나, 소리 소문없이 헌납하는 독지가들은 많다. 세계 1, 2위 부자인 빌게이츠와 워렌 버핏은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를 만들어 재산 50% 기부 운동을 벌이고 있다. 홍콩 배우 주윤발도 수천억 원 전 재산을 환원한다고 발표했다. 안 원장처럼 재단설립으로 정치적 논란을 자초한 사람들은 없다. 재산기부로 대선에 나설 수 있다면 빌 게이츠나 버핏은 미국 대통령을 몇 번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주윤발이라고 해서 다를 것도 없을 게다. 안 원장은 `안철수재단’ 설립자, 기금 헌납자로서 남을 것인지, 아니면 대선후보로 나설 것인지 선택해야한다.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