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살구꽃 피는 마을피는 꽃이 저리 곱다. 피는 꽃 그 너머로지는 꼿도 어여쁘다. 목숨도 오가는 날이저리 꽃길이고저.
김상훈 차라리 활활 불태워한줌재로 흩뿌리고나 말까. 천길 벼랑끝에서 낙엽처럼 흩날리고나 말까. 때 로 襤樓한 목숨을짓이기고 싶은 心緖.
김상훈 백록담 물을 떠다천지연에 含水하고 한라산 흙을 파다백두산에 合土한다. 갈라진 형제자매의合血인 듯 느겹다.
김상훈 王竹 한 幅 그려놓고푸른바람 滿契 하고 黃菊 한 幅 그려놓고淸陽 淸香 滿契 하고 雪白夜 銀嶺 위에다달 띄우곤 웃는다
김상훈 喊聲이 따로더냐이게 곧 함성이지 얼었던 하늘 땅이풀리기도 이른 터에 다투어 봄을 歡乎한滿開百花 그것이지.
김상훈 우수날 띄었다는 엽신 한 장 받고 보니 새록새록 그 사연이 꽃비 오듯 물들었다. 생각은 나래를 접고 다시 젖는 그 목소리.
김상훈 장지밖에 도란도란 밤비가 속삭인다. 그리운 사람들의 그리운 얘기처럼 가만히 귀를 기우려 아쉽게만 듣는다.
김상훈 바람만 손님처럼 말없이 왔다 가고 박꽃은 지붕에 올라 낮달을 견주는데 뜰 앞에 고운 봉숭아 몰래 섬을 짓는다.
김상훈 낙엽 한 잎 떨어질 때 그 무게를 물었는가바람 한 점 불어올 때 그 열기를 알았는가진실로 야반종성(夜半鐘聲)의 그 아픔을 새겼는가.
김상훈 내 연연(姸姸)한 숙원의 오직 하나인 문이 낭랑한 당신의 목소리로 이제사 열리고 있다. 선연한 아침 노을에 타고 있는 너와 나
김상훈 바다는 오늘로 종일 물나울만 지우는데 상은 달리다 멎어 의지로만 굳어있다. 진실로 고독한 자의 묵원(默願)이라 이르리까
김상훈 너를 두고 너라고 밀치고나를 두고 나라고 도사리면 너와난 언제고 둘일뿐하나되긴 영영 먼길 萬象은不二의渾融임을미쳐 못깬 어리석음.
김상훈 비슬산 멧새 한 마리 앞마당에 내려 앉아 무엔가 전갈하듯 쫑깃거리다 가버렸다. 울안에 듬뿍이 쏟아 논 도라지꽃 내음새
김상훈 東山에 올라보면西山을 알 수 업소 西山에 올라보면東山을 알 수 없다. 언제면 兩端을 꿰뚫어 볼慧眼 밝아 올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