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종 비가 많이 와도,머위 밭은 젖지 않는다. 넓은 잎이 우산이 되어,단비를 거부한다. 머위 밭은 늘상 비가 내려도,가뭄면할 날이 없다.
김시종 부실한 죽정이도,용케 나무에 매달렸는데… 토실한 과일이 떨어져,마구 땅 위를 뒹굴다니! 안타깝구나. 열매에게도,인간처럼 숙명이 있다니.
김시종 예술인지? 외설인지?남근깎는 목각장! 목각이 외설이 되어,끝내 법정에 섰다. 유죄가 확정되자,남근같은 판결이라네.
김시종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끼리,결혼은 뭣 땀시롱 서두르며… 최저의 애국도 못하는 주제에,왜 결사적으로 집권하려 추태냐? 눈 먼 야욕 앞에 노출되어,개인도 나라도 피멍이 든다.
김시종 거울을 보면아직도 그 사내가거울 앞에 서 있다. 그 사내는 어디서 많이 본 듯 낯익은 얼굴이다. 그 사내는 남이 나이고바로 나다.
김시종 남이 지은 정자라고,폄하는 말 함부로 말게. 어느날 갑자기비를 만나정자에 들지어찌 아는가. 큰 비 만나정자에서 피하니정자지은 이의 선견지명놀랍기만 하더군.
김시종 숨어서 우는 달의흥건한 눈물이 밤비련가. 비 오는 밤엔, 그런 밤이면달 모습을 볼 수 없다. 흐느끼는 울음소리만 들릴 뿐눈물도 볼 수 없다.
김시종 한여름에 불어닥친,때 아닌 된바람. 이번 겨울은,얼마나 긴 혹한이 될랑가? 무시로 부는 북풍!이 땅은 흔들리는 바람받이다.
김시종 언제부턴가입이 뾰족한석류가 밉다. 입술을 함부로 놀려심기를 건드리는 남자때문에 주둥이를 뾰족하게 내민 석류조차그전처럼 예쁘게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