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 끝 왕기춘 "은퇴 입에 담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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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 끝 왕기춘 "은퇴 입에 담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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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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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과 정훈 감독님, 김정행 총장님 등 저를 사랑해주셨던 분들에게 너무 걱정을 끼쳐 드렸습니다. 앞으로는 열심히 운동만 하겠습니다."
   29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용인대 무도대학 유도실기장.
   11일간의 잠적 끝에 전날 대학에 복귀한 왕기춘(21.용인대)이 이틀째 훈련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왕기춘은 실기장에 먼저 와 있던 여자 후배들과 인사를 하면서 정겹게 안부를 묻는 등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왕기춘은 지난 17일 용인시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시비 끝에 20대 여성 손님의 뺨을 때려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 뒤 "앞으로 매트에 서는 저의 모습을 못 볼듯합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포기라는 걸 해 봅니다"며 은퇴를 암시하는 글을 남긴 채 잠적했다.
   하지만 다시 돌아와 "오랜만에 도복을 입는다"고 말하는 왕기춘에게서는 그동안 방황했던 기색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왕기춘은 실기장 바닥에 앉아 꼼꼼하게 발목 주위를 테이프로 감으면서 동료와 농담을 나누고 간간이 웃기도 했다.
   훈련을 위해 파란색 유도복을 갈아입은 왕기춘은 그동안 소동이 마음에 걸리는 듯 "아직 정리가 다 안 됐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잠적 때 어떻게 지냈느냐고 묻자 왕기춘은 "전화번호를 바꾼 뒤 혼자 지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고 말했다.
   "혹시나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봐 모자를 쓰고 변장을 하고 다녔다"며 "그때는 정말로 유도를 그만두고 싶었다"며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폭행 사건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하자 "한순간의 감정을 참지 못해 때렸다"고 말했으나 더는 털어놓지 않았다.
   하지만 폭행 사건과 국가대표팀 무단이탈 등 자신이 일으킨 소동에 대한 책임은 담담하게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내가 잘못한 만큼 중징계.경징계 가리지 않고 달게 벌을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 뒤에는 다시 한 번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아껴주는 가족과 친구, 선생님에게 사과할 때는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려는 듯 한동안 입을 떼지 못했다.
   "내 생각이 너무 짧았다"며 "이번 일로 성숙해져서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사과했다.
   왕기춘은 "한 번에 무너지다시피 했는데 다시 기대에 부응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을 안다"고도 말했다.
   이날 이틀째 훈련을 소화한 왕기춘은 다음 달 3일부터 6일까지 목포에서 열리는 대통령배 전국유도대회 단체전에 참가할 예정이다.
   "10일 넘게 돌아다녔지만 몸무게가 크게 변하지 않아 대통령배 대회 참가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왕기춘은 상벌위원회의 징계 결과를 보고 가능하다면 오는 12월 일본에서 열리는 가노컵 국제유도대회에도 나갈 계획이다.
   은퇴 의사를 번복하면서 왕기춘이 국내 유도 연승 최다 기록도 경신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왕기춘은 작년 12월 일본 가노컵 국제유도대회를 시작으로 지난 8월 세계유도선수권대회까지 국내외 대회에서 44연승을 거두면서 이원희가 가진 기존 최장 연승 기록(48연승)에 도전한다.
   왕기춘은 "지기 싫어서 해오다 보니 44연승을 거뒀다"며 "앞으로도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왕기춘은 앞으로 섣불리 은퇴 이야기를 입에 담지 않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인터뷰 끝에 "이제는 은퇴할 때 은퇴한다고 얘기할 겁니다"라고 말하는 왕기춘의 얼굴에는 겸연쩍은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사진 촬영을 한사코 거절하는 등 자신에게 쏟아지는 과도한 관심을 부담스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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