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부정부패는 한국사회를 좀먹는 곰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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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부정부패는 한국사회를 좀먹는 곰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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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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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청에 청문(淸門) 예문(例門) 탁문(濁門) 세우자 
 
 공직사회 청렴도에 적신호가 켜졌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올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 조사에서 한국은 180개국 중 39위를 기록했다. 동남아의 부르나이, 중동의 오만과 비슷한 순위다. 절대 수치로 보면 5.5점이다. 부패인식지수가 7점대는 되어야 부패하지 않고, 투명한 상태의 국가로 인정받는다. 한국 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의 평균 점수(7.04점)에도 크게 못 미친다.
 잇따라 고위공직자 뇌물수수나 비리 혐의들이 보도되고 있다. 국세청 모 국장이 세무조사 기업들에 100여억원 어치의 미술품을 강매한 혐의로, 또 행정안전부 모 국장은 돈을 받고 골프장 인·허가를 내준 혐의로 체포됐다. 사정기관으로서 비리 척결에 가장 앞장서야 할 검찰 수사관이 조폭 사업가로부터 2년 간 60여 차례에 걸쳐 1억4000만원 어치의 술접대와 성접대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지방 관청이나 특정 기관 공무원들의 공금 횡령이 공공연하다. 한 시청 세무직 공무원은 과·오납금 환급서류를 가짜로 만들어 14억원을 챙기고, 모 지자체 국장은 연 24% 고리로 4억5000만원을 빌려주고 2억1000만원의 이자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체포됐다. 충남 논산 7급 공무원이 2년에 걸쳐 41억여원의 예산을 횡령하다 적발됐고, 포항의 한 공무원은 3년여 간 면사무소에 배정된 예산을 집행한 것처럼 조작해 3억여원을 횡령해 구속됐다.
 원주시 의원들이 권력형 비리에 연루돼 구속되거나 수사받고 있다. A 의원은 지역 건설업체에 동생 명의의 주유소를 이용하라는 청탁성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B 의원은 건설업체 대표에게 공사 수주 청탁과 정기적인 금품 수수 혐의로, C 의원은 골프장 부지매입과 관계기관 인허가 과정에 개입한 혐의다. 인천시의회의 A,B 의원은 모 건설사에 압력을 넣어 공사장 식당 운영권을 따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C 의원은 공금횡령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검찰이 작년 3월부터 올 9월까지 국가예산과 각종 보조금, 기금 등을 빼돌린 혐의로 적발한 공무원은 696명이며, 횡령은 1000억 원에 이른다. 기업인 10명 중 2명이 최근 1년 사이 공무원에게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한 적이 있다는 국민권익위 조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공무원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34.8%), ’업무 처리에 따른 감사 표시’(15.6%)다. 국가기관 조사결과가 이 정도라면 실제로는 더 심할 가능성이 높다.
 공직사회 부패는 행정에 대한 불신을 낳고, 불공정과 비효율을 조장한다. 민·_관 부패 커넥션 때문에 외국 기업의 활동이 불이익을 받는다면 우리나라의 경쟁력과 신인도는 크게 저하될 것이다. 인·허가권을 쥔 공무원들이 권한을 이용해 뇌물과 향응에 눈 먼 이상 한국사회의 발전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공직 부정부패는 사회를 좀먹는 곰팡이와 다를 바 없다.
 국회에 계류 중인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은 공직비리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은 공금을 횡령·유용하거나 금품 향응을 받은 공무원은 징계나 형사처벌과 별개로 해당 금액의 5배까지 물게 하고, 뇌물횡령죄로 20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은 공무원은 퇴출시키는 내용이다.
 조선 11대 중종은 궁전 안뜰에 ’청·예·탁문’을 세웠다. 청문(淸門)은 청렴한 사람이, 예문(例門)은 보통사람이, 탁문(濁門)은 부정한 사람이 출입하도록 하여 벼슬아치들에게 청백리의 정신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다. 최근 광주 광산구청에서 이 문을 재현했다. 공무원들이 스스로 맑고 깨끗하다고 생각하면 `청문’, 보통이면 ’예문’, 부끄럽다면 `탁문’으로 지나도록 했다. 이러한 입구를 모든 관청에 도입하면 어떻게 될까. 청문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속으로는 부끄러워할 공직자가 부지기수일 것이다. 스스로 청문으로 지나다닐 만큼 청렴한 지 돌이켜보고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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